[기자수첩]지금 환자 가릴 때인가
상태바
[기자수첩]지금 환자 가릴 때인가
  • 이상래 기자
  • 승인 2020.03.23 13: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래 산업부 기자
이상래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결국 글로벌 경제를 집어삼켰다. 바이러스 리스크가 곧 경제 대(大)위기로 전이된 것이다.

세계의 공장 중국에서 시작한 코로나19 사태는 이제 전 세계인들의 일상을 멈추게 만들었다. 코로나19가 걸려도 겉모습으로는 알 수 없는 이 끔찍한 공포는 결국 서로가 서로의 장벽을 만들게 하고, 이는 곧 사회적 격리 운동으로까지 확산됐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사회와 단절을 추구하는 ‘모순’된 상황은 경제 산업에도 많은 어려움을 주고 있다.

코로나19가 얼마나 무서운지는 미국의 공포지수라 불리는 빅스(VIX, Volatility Index)지수를 통해 잘 드러난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옵션의 30일 변동성을 예측하는 이 지수는 무려 80포인트를 돌파했다. 공포지수가 말해주듯 지수 값이 높을 수록 시장에 대한 공포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80포인트 정도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높은 수치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만 해도 20포인트에 머물던 빅스 지수가 이렇게 빠르게 상승한 것은 시장에 팽배한 공포가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준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인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 글로벌 경기가 무너졌는데 한국이 멀쩡하다보면 오히려 의아할 것이다. 아침에 주식개장과 함께 들려오는 매도 사이드카 발동 소식은 약간 과장을 보태면 이제 익숙할 노릇이다. 사이드카는 쉽게 말해 주식거래를 제동 거는 것이다. 사람들이 공포에 휩쓸려 너도나도 매도 러시에 동참하면서 주식 가격이 폭락하자 이를 막아보겠다는 것이 매도 사이드카의 취지다.

코로나19 공포가 휩쓸고 있는 자리에 기업이 성할 리 만무하다. 코로나19 사태로 공장이 멈춘다는 소식이 잇달라 들린다. 최근 미국과 유럽의 현대기아차 생산공장이 멈춘 데 이어 이번에는 현대차 인도공장이 멈춰 섰다. 인도에서 생활가전과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LG전자도 현지 공장을 가동 중단했다. 삼성전자도 인도 스마트폰 공장 일부가 멈췄다. 슬로바키아의 삼성전자 TV 공장 가동도 중단됐다.

이런 식으로 계속 가다가는 기업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이 무너지면 일자리가 사라진다. 물론 투자도 고용도 사라진다. 이럴 경우 경제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면 사회 안전망도 흔들릴 수 있다.

결국 좌고우면하지 않고 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것. 어떻게든 기업이 이 코로나19 위기에 버틸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기업 살리기에 정부는 물론이거니와 시민단체도 힘을 보태야 한다. 투쟁도 비판도 대상인 기업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은 당연지사다.

지금은 서로가 조금씩 양보해 당면의 위기부터 극복하는 지혜를 모을 때다. 그러니 기업들이 살기 위해 몸부림치면서 도와달라고 하는 것들 있으면 신속하게 들어주자. 골든타임을 놓치고 뒤늦게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인가. 지금은 환자 가릴 때가 아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