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격전지를 가다] 보수 표밭은 옛말...위태로운 강남벨트
상태바
[총선 격전지를 가다] 보수 표밭은 옛말...위태로운 강남벨트
  • 김정인 기자
  • 승인 2020.03.22 14: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대 총선서 강남벨트마저 무너지며 보수 참패
강남을·송파을·송파병 20~40대 민주당세 여전

[매일일보 김정인 조민교 기자] 2016년 20대 총선에서 보수 진영은 고질적인 계파 갈등이 ‘옥새 파동’으로 번지면서 참패했다. 이는 여론에 민감한 수도권, 특히 서울 지역에서 대패한 결과였다. 당시 서울 지역은 온통 더불어민주당의 당색인 파란색으로 물들었다. 새누리당(미래통합당의 전신)은 서울 49개 지역구 가운데 단 12곳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새누리당이 수도권 122석에서 차지한 전체 의석은 35석. 여기에서 서울 지역 기여도는 34%에 불과했다. 

당시 서울 선거에서 주목할 점은 서울 내 보수의 표밭인 강남벨트마저 크게 흔들렸다는 점이다. 강남 3구 8개 지역구에서 새누리당이 온전히 지켜낸 곳은 서초구(갑·을)뿐이었다. 강남구(갑·을·병)에서는 강남을이, 송파구(갑·을·병)에서는 송파을과 송파병이 민주당에 넘어갔다. 이번 총선에서 반격을 준비 중인 통합당에게 강남벨트는 반드시 탈환해야 할 곳이다. 전통적인 보수 표밭에서도 반전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서울 선거 승리를 견인해 낼 수 없고, 더 나아가 수도권 선거와 총선 전체의 승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바닥 민심은 강남벨트 탈환을 낙관하기 힘든 실정이다.

서울 강남구 일원본동에 소재한 노후 아파트 단지에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을 담은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김정인 기자
서울 강남구 일원본동에 소재한 한 아파트 단지에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을 담은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김정인 기자

▮강남을 2030 표심이 판세 가를듯

새누리당이 지난 강남을 선거에서 패배한 것은 선거구 조정 영향이 컸다. 19대 총선에서 강남을에 속했던 대치1동, 대치2동, 대치4동이 20대 총선에서 강남병으로 편입됐기 때문이다. 보수 지지세가 강한 대치동이 빠진 결과는 치명타로 작용했다. 공천 파동으로 강남을 대부분 지역에서 민주당이 근소하게 앞섰고, 특히 보금자리주택 사업으로 젊은 층이 대거 유입된 세곡동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몰표가 쏟아졌다. 이를 상쇄할 대치동 보수 표가 사라지면서 강남을에는 24년 만에 민주당 깃발이 꽂혔다.

통합당은 이 곳을 탈환하기 위해 16대에서 18대까지 종로에서 내리 3선을 한 박진 전 의원을 공천했다. 공천이 취소된 최홍 전 맥쿼리투자신탁운용 대표와 비교했을 때 보수 지지층에게 인지도가 높은 후보다. 이곳 주민으로 보수 지지층인 박모(남, 60대)씨는 “통합당의 결정을 지지한다”며 “종로에서 3선이나 했다. 긍정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강남을에서 통합당이 승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세곡동 2030 유권자들의 역할은 이번에도 막강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모(남, 20대)씨는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은 급조된 당이라 표를 주기 싫다”면서도 “지역구는 민주당을 비례대표는 정의당을 찍을 것”이라고 했다. 또 중도층은 정권심판론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고,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에서도 민주당 현역의원(전현희)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모(남, 50대)씨는 “예전처럼 맹목적으로 정당만을 보고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모(남, 50대)씨는 “이 지역에 살다보면 보수를 지지하게 된다. 나도 보수를 지지해왔다”면서도 “전 의원이 꽤 잘했다. 80% 만족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근소하게 앞섰던 일원동 주민이다.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코앞에 민주당 최재성 의원의 선거사무실이 자리해있다. 이 지역  총선 변수로 떠오른 헬리오시티 민심 공략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사진=김정인 기자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코앞에 민주당 최재성 의원의 후원회사무실이 자리해있다. 사진=김정인 기자

▮송파병도 송파을도 최근 민주당 강세

송파을은 고급 아파트촌과 원룸촌이 혼재된 곳이라 최근 들어 민주당세가 강해지고 있다. 20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공천 파동까지 더해지며 민주당이 승리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이 지역 공천을 포기했다. 이어 2018년 재보선에서는 탄핵 정국의 여파가 영향을 미쳐 자유한국당(새누리당 후신)이 민주당에 크게 패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특히 지난해 초부터 입주가 시작된 헬리오시티의 주민들이 판세를 가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치동이 빠져나가면서 판세가 바뀐 강남을 20대 총선과 비슷한 경우다. 실제 강남을의 세곡동과 마찬가지로 헬리오시티 인근은 젊은 층이 눈에 많이 띄었다. 김모(남, 20대)씨는 “이 지역 현역의원(최재성)에 대해 관심 없다”면서도 “진보를 지지한다”고 했다. 나이 지긋한 입주자들도 만날 수 있었지만 일반적인 강남 주민들과 성향이 달랐다. 최모(남, 50대)씨는 최 의원은 물론이고 민주당의 비례정당에 대해서도 혹평했지만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했다. 고모(남, 60대)씨 역시 민주당의 비례정당에 무관심하다면서도 “민주당 외에 대안이 없다”고 했다.

송파병은 강남벨트의 외곽이라 애초 민주당세가 강한 곳이다. 주민 가운데 호남 출신이 많고 거여동과 마천동 일대 재개발로 젊은 층 유입도 많았다. 그래선지 거리에서 민주당 열성 지지자를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조모(남, 20대)씨는 자신을 민주당 권리당원이라고 소개하며 “(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비례대표도 민주당을 뽑을 것”이라고 했다. 임모(여, 30대)씨도 “평소에 정치에 관심이 많다”며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했다. 다만 변수는 존재한다. 20대 총선에서 이 지역 진보·중도·호남 표심은 새누리당 지지층을 압도했지만 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갈리며 6000여표 차이로 민주당이 승리했다. 통합당은 이번 총선에 호남 출신이자 안철수계인 김근식 후보를 공천했다. 중도표와 호남표를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