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주택 정조준에도 강남권 ‘급매’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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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주택 정조준에도 강남권 ‘급매’ 없었다
  • 이재빈 기자
  • 승인 2020.03.2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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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매물보다 세금내며 ‘버티기·증여’로 돌입하는 모양새
현지 중개소 “대기수요 풍부…급락 가능성 거의 없어”
서초구 '반포래미안퍼스티지' 전경. 단지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단지 다주택자 대부분은 주택 처분보다는 증여나 버티기 등을 선택하는 추세다. 사진=이재빈 기자
서초구 '반포래미안퍼스티지' 전경. 단지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단지 다주택자 대부분은 주택 처분보다는 증여나 버티기 등을 선택하는 추세다. 사진=이재빈 기자

[매일일보 이재빈 기자] 강남권 고가주택을 ‘정조준’하는 고강도 규제가 연일 이어지고 있지만 강남 집값은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다. 강남 집값이 하락하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단지에서 호가 하락이 다소 나타나기는 했지만 급매물이 쏟아지거나 호가가 크게 하락하는 일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들이 정부의 대책을 비웃으며 증여나 편법 거래 등으로 출구전략을 구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강남권 고가주택에 수요억제와 세부담 증가라는 원투펀치에 이어 코로나19발 공포라는 스트레이트 펀치까지 꽂힌 만큼 강남 집값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12·16 대책을 발표하며 15억원 초과 고가주택에 대한 대출을 완전히 금지시켰다. 또 9억원 초과~15억원 이하 아파트에 대해서도 9억원 초과 구간에 대한 주택담보대출(LTV) 비율은 40%로 축소했다.

수요 억제책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13일부터는 사실상 전국을 사정권으로 하는 자금출처 조사 강화안이 시행 중이다.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 초과 주택을 취득하는 경우 금융거래내역서 등 관련 서류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두 규제로 인해 다주택자가 던지는 매물을 받아줄 구매 대기자들의 돈줄을 조인 셈이다.

두 번째 대책은 다주택자들에게 직접 꽂혔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8일 ‘2020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을 발표했다. 발표안에 따르면 서울시 내 아파트 중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9억원 이상 공동주택은 공시가격이 21.15%나 올랐다. 서울시 내에서도 강남구(25.57%), 서초구(22.57%), 송파구(18.45%)가 크게 오르면서 나란히 서울시내 1, 2, 3위를 차지했다.

공시가격이 인상됨에 따라 강남권 고가주택, 특히 다주택자들의 세금 부담이 크게 오를 전망이다. 당장 국토부 추산만으로도 강남권 2주택자의 경우 보유세만 2300만~2500만원 오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12·16 대책 당시 발표됐던 종합부동산세 인상안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 한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종부세 부담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그럼에도 강남권 다주택자들은 요지부동이다. 송파구 리센츠·엘스·파크리오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다주택자들이 급매물로 주택을 처분하기 보다는 ‘버티기’나 ‘증여’에 돌입하는 모양새”라고 입을 모았다. 인근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아무리 세금이 오른다고 해도 수억원이나 낮춰서 처분하려는 매도인은 없다”며 “잠실 인근의 경우 풍부한 전세 수요를 바탕으로 높은 전세가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가격 급락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근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2월말부터 3월초까지 거래가 제법 있었다. 매도자나 매수자 모두 어느 정도 만족하는 거래였다”며 “억 단위로 떨어지지는 않았다. 몇천만원만 떨어지면 바로 받겠다는 대기 수요가 풍부해 급락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서초구 ‘반포래미안퍼스트지’ 인근 C공인중개소 관계자도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는 소식에 매도 문의하러 온 집주인들도 매수대기자들이 부르는 가격을 보면 버티려는 방향으로 생각을 바꾸는 중”이라며 “매도자와 매수자가 각자 생각하는 가격의 간극이 크다”고 귀띔했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다주택자들은 정부가 원하는 대로 주택을 처분하기보다는 증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종부세 등 관련 세금은 많이 조정한 반면 증여세는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15억원을 조금 넘는 주택들의 경우 다운계약서 등 편법을 활용해 처분할 가능성도 있다”며 “다주택자들이 정부의 의도대로 움직일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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