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움직임, 주식시장이 이정표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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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 움직임, 주식시장이 이정표 되나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0.03.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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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 코로나 사태 이후 2달여간 15조원 어치 순매수
매수 자금 중 상당수 부동산에서 유입됐을 가능성 높아
주식 기대 수익률 부동산 앞질러 3분기까지 유입 지속할 듯
4분기 이후 연쇄 디폴트 변수… V자 반등 땐 부동산도 반등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장 초반 낙폭이 8%를 넘어서며 1690선이 무너져 프로그램 매도 호가의 효력을 일시 중단시기키는 ‘사이드카’와 매매 거래를 중단하는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가가 연일 폭락하고 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발 세계금융위기는 물론이고 1929년 경제 대공황 수준까지 현실화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동산 가격의 대폭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을 예측하려면 주식시장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라고 조언한다. 부동산과 주식은 연관성이 깊기 때문이다.

◆ 증시가 떨어지면 부동산 거래가 늘어난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서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월 20일부터 이달 18일까지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15조205억원어치 주식을 쓸어 담았다. 최근 세계 증시가 연일 폭락세를 보였으나 개인 투자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자’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7조4723억원을 순매수하며 지난달 세운 개인 역대 월간 최대 순매수 기록(4조8974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였던 2018년 2월과 비교해 30% 이상 떨어져 저가 매수를 노리는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어서다.

업계에선 이 자금의 상당수가 부동산시장에서 흘러들어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서울시 주택거래량(아파트, 단독/다가구, 다세대/연립)을 보면 지난 1월 1만1034건, 2월 1만2338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 4744건, 4135건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거래절벽이 우려됐던 것과 완전히 상반된 모습이 나타났다. 여전히 강남권을 중심으로 시세보다 수억원이나 낮은 급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다만 수요는 줄어들어 거래는 다소 위축되는 모양새다.

이런 현상은 올해 3분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의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충격이 경제지표에 반영되기 시작되는 시기여서다. 코로나19 사태가 4분기 이후에는 진정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어서 증시와 부동산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이 일시적 충격 후 증시가 이른바 V자 반등이 이뤄진다면 실물경제는 빠르게 회복되고 초저금리만 남게 되면서 부동산도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2012년 유럽 재정위기 때와 같이 증시가 L자 경로로 진행하면 부동산만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에 취약한 업종에서 회사채 디폴트가 시작되면 다른 회사채로 연쇄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다. 국제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11년째로 접어든 미 경제성장 주기에서 디폴트, 신용등급 강등 위험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2008년 당시의 절반 강도의 경제적 충격이 가해지는 것을 상정한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중국·미국·일본·영국·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독일 등 8개국 회사채 19조달러어치가 디폴트 위험이 큰 것으로 측정했다. 

◆ 실물경제 회복 땐 같이, 불안 이어지면 증시만 오른다 

실제로 경제위기가 불거져 증시의 본격적인 하락장이 시작되면 부동산 가격도 하락이 불가피하다. 금융위기 당시 코스피지수는 2007년 11월 2064.85포인트로 사상 최고치 경신한 이후 내림세를 보였다. 부동산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주택시장 ‘바로미터’로 불리는 은마아파트(전용면적 76㎡)로 예를 들어보면 2008년 3월 10억4000만원으로 고점을 찍었다가 5월 말에는 코스피(1827포인트)가 11.5%, 은마아파트(9억5500만원)는 8.17% 각각 하락했다.

8월 말에는 코스피(1496포인트)가 27.5%, 은마아파트(9억2000만원)는 11.53%로 하락 폭에 격차가 생기는 듯했으나 10월 말 코스피가 938포인트를 기록, 바닥을 뚫고 지하실로 들어가자 은마아파트 역시 7억8500만원으로 급락했다.

그러다 2009년 들어선 주식과 부동산 모두 반등했다. 유럽 재정위기 이후에는 조금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20011년 5월 초 코스피는 2200포인트로 사상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한 이후 9월 말 1652포인트까지 떨어졌다. 

12월 말에는 1793포인트로 회복세로 돌아섰고 2012년 2월 말에는 2024포인트를 기록했다. 은마아파트는 2011년 5월 초 9억원, 9월 말 9억원, 12월 말 8억2000만원, 2012년 2월 말 7억9000만원으로 지속해서 가격이 하향 곡선을 그었다.

그 이후 은마아파트는 가격은 2014년을 기점으로 반등했다. 금융위기와 달리 불안감이 해결되지 않으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탓이다. 주식보다 거래금액이 큰 부동산은 외부요인에 더 크고 길게 영향을 받는 셈이다.

금융시장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주식과 부동산은 2~4개월의 시차를 두고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이다. 하지만 향후 실물경제 회복 속도가 더디면 주식보다 부동산의 가치가 더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 전례로 미루어 볼 때 부동산 가격 하락률은 최소 20%에서 최대 30%로 볼 수 있다”면서 “세계 각국에서 금리 인하에 이어 슈퍼 부양책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겠으나 언제든 위기가 다시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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