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벤펀드 공모형 출시 신중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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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코벤펀드 공모형 출시 신중했어야
  • 홍석경 기자
  • 승인 2020.03.1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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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 증시를 공포로 몰아 넣고 있다. 현재 일반 투자자도 가입이 활발한 주가연계증권(ELS)은 원금손실구간(녹인)에 진입해 앞으로 상환여부를 장담할 수 없게 됐고,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 가격 마저 떨어진 상황이다.

더 큰 우려는 우리 정부가 중소기업 육성을 목적으로 추진한 ‘코스닥벤처펀드(코벤)’다. 현재 공모형 코벤 펀드 12개의 연초이후 평균 수익률은 -20%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1년간 수익률로도 약 -25%로 부진하다. 이들 펀드에 유입된 개인 자금만 4400억원에 달하지만,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손실로 순자산 가치는 3200억원으로 1200억원 이상 감소했다.

지난 2018년 4월 5일 처음 출시된 코벤 펀드는 전체 투자금의 50% 이상을 코스닥과 벤처기업에 투자한다. 벤처기업 신주에 15% 이상, 벤처기업 또는 벤처기업 해제 후 7년 이내 코스닥 상장 중소·중견기업의 신주 및 구주에 35% 이상을 투자하게 돼 있다. 여기에는 벤처기업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도 포함된다.

이처럼 투자 대상이 중소형 코스닥 종목이다 보니 주식시장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돼 있다. 특히 코벤펀드 출시 이후 중소기업의 CB발행이 과열돼 부진한 성과에 부담을 더하는 중이다. SK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올해 주식으로 전환되지 않은 코스닥 CB 283개 중 현재 주가가 전환가를 웃도는 CB는 93개로 약 33%나 된다. 이들 CB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주가를 희석시켜 수익률은 앞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다.

통상 비상장주식이나 중소기업 투자는 초고위험 투자로 분류돼 전문 투자자 영역인 사모시장에서 소화해왔다. 공모형의 경우 운용전략에 있어 제약이 많아 시장 상황에 유연한 대처도 어렵다. 공모형이라지만 비상장 주식이기 때문에 코벤 펀드에 어떤 기업이 담기는지 투자자로서는 전혀 알 수도 없다. 코벤 펀드가 출시 이전부터 논란이 많았던 이유다.

정부는 비상장 주식투자를 일반 투자자에 확대하는 데 있어 신중했어야 한다. 더욱이 사모펀드 진입 문턱이 낮아지고, 전문투자자 자격요건도 완화됐다. 공모시장에까지 고위험투자를 확대한 점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오히려 사모펀드에 인센티브를 확대해 중소기업 투자를 활성화하는 방향을 고민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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