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틈타 고개 드는 부동산 규제 완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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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틈타 고개 드는 부동산 규제 완화론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0.03.16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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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하락장 가시화되자 일각에선 규제 완화 ‘군불’
조합원 모이기 어려워 분양가상한제 연기 청원
국토부, 상한제 연기 여부 이번 주 초 결정할 예정
일각에선 대출 규제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
IFRS 9·신예대율 규제로 대출 여력 없는 은행들
둔촌주공아파트 철거 현장. 사진=현대건설 제공
둔촌주공아파트 철거 현장. 사진=현대건설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국면을 틈타 부동산 규제 완화 주장이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코로나19 공포가 한국을 포함한 세계 증시를 마비시키고 국내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면서 집값 하락장이 본격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어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려면 조합 총회 등을 거쳐 내달 말까지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야 하지만 정부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총회를 사실상 금지하자 재건축·재개발 조합원을 중심으로 제도 시행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로나19 탓에 총회 일정이 지연됐고 수천명이 참석하는 총회, 만여 명이 참관하는 견본주택 행사를 열어야 하다 보니 자칫 집단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지자체도 국토교통부에 유예기간 연장을 건의했다. 

강남구·은평구·동작구 등은 분양가 상한제를 목전에 둔 조합이 총회를 강행할 것을 우려해 국토부에 직접 요청하고 나섰다. 실제로 동작구 흑석3구역과 노원구 상계6구역은 지난달 총회를 강행했다. 은평구 수색6‧7구역, 증산2구역은 이달 말 총회를 계획 중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그동안 분양가 상한제 시행과 관련해 접수된 정비조합 등 업계와 구청 등의 민원, 자체 파악한 정비조합의 사업 진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번 주 내 유예기간 연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애초 지난해 10월 전면 시행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일부 단지에 시행을 6개월간 유예했다. 철거로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거나 새 아파트 입주 시기를 고려해 임대차 계약을 정한 주택보유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조처였다.

전문가들이 분양가 상한제 추가 유예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여기에 있다. 국토부의 본래의 취지는 유예기간 내에 분양에 착수해 사업성을 높이라는 게 아니었던 데다 특정 단지만 혜택을 볼 수 있어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풀이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토부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유예한다면 정부의 정책 기조와 크게 어긋나는 셈이다”면서 “유예시한을 연장하면 부동산 시장에서 이를 규제 완화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는 집값을 자극하는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출 규제는 분양가 상한제만큼이나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언급되는 것 중 하나다. 야권에선 4·15 총선을 의식해 대출 규제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부동산 시장과 별개로 바젤Ⅲ와 신예대율로 은행들은 대출 여력 없다는 점이다.

바젤Ⅲ는 국제결제은행(BIS)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2008년 국제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 사태를 계기로 강화된 국제은행자본규제 기준이다. 한국에는 2013년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듯했으나 세부내용인 IFRS9(국제회계기준)는 계속해서 미뤄졌다.

2018년에서야 본격적으로 은행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미래에 발생이 예상되는 손실을 충당금으로 쌓도록 하면서 은행들은 부실화 가능성이 큰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등의 채무조정을 심사숙고하고 있다.

같은 해 금융당국에서 신총부채상환비율(DTI·Debt To Income)과 총체적 상환능력심사(DSR·Debt Service Ratio),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Rent To Interest ratio)를 새롭게 도입한 것도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함으로 결이 같다.

올해 가계대출을 억제하고 기업으로 자금흐름을 유도하기 위한 신예대율(은행의 예금과 적금 대비 대출금 비율) 규제가 시행함에 따라 은행에서 대출을 내줄 수 있는 여력은 더욱 줄어든 상황이다. 

은행들이 예대율을 집계할 때 가계대출 가중치는 15% 높이고 기업 대출의 가중치는 15% 낮춰야 한다. 예대율이 100%를 넘어가면 대출 취급이 제한되는 등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게 된다. 현재 대다수 은행이 90%대 후반을 달리고 있어 대출 여력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5일(현지시각) 코로나19 여파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으로 전격 인하한데 이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0.5%p 인하하면서 예·적금 가입자가 줄어들어 규제 비율을 맞추려면 대출에 더욱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규제는 세계적인 추세”라며 “대출 규제 완화는 경제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국내 가계부채가 대폭 감소하고 생산, 소비, 투자 등 경제 전반이 회복되지 않는 한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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