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3주구에 등장한 ‘서울시재건축정책연구소’…'서울시 사칭'해 판세 짚어본 건설사 어디(?)
상태바
반포3주구에 등장한 ‘서울시재건축정책연구소’…'서울시 사칭'해 판세 짚어본 건설사 어디(?)
  • 이재빈 기자
  • 승인 2020.03.16 14: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합원들에게 '발신자번호표시' 제한으로 전화 걸어 선호도 등 조사
“자사 브랜드가 1위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건설사 소행으로 보여”
서울시, 정식 신고 들어오면 조사 착수해 관련업체 색출할 예정
반포3주구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6개 건설사 로고. 사진=각사 제공
반포3주구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6개 건설사 로고. 사진=각사 제공

[매일일보 이재빈 기자] 조용해 보였던 반포3주구 수주전에 '서울시 사칭' 전화가 등장했다. 조합원들에게 발신자번호표시 제한으로 전화를 걸어 서울시 소속을 사칭하며 건설사 선호도 등을 조사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고발사유가 될 수도 있다"며 정식 문제제기가 들어오면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건설사들은 하나같이 우리와는 관계없는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1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조합원들에게 발신자번호표시 제한으로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전화를 받으면 자신은 ‘서울시재건축정책연구소’ 소속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질문을 던졌다. 이들이 조합원에게 물어본 내용은 △원안 진행과 대폭 변경안 중 어느 안을 선호하는지 △선호하는 시공사가 있는지 △시공사 선택 시 브랜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등이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일부 조합원은 “서울시 소속 기관이 왜 발신자 번호 표시 제한으로 전화를 거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전화를 건 이들은 몇몇 조합원이 소속과 성명을 명확하게 밝히라고 추궁하자 전화를 끊어버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포3주구 조합원 A씨는 “건설사가 자신들의 입지를 확인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정체를 숨기면서까지 조사하는 것은 과하다”며 “특정 건설사가 연루돼있는 것이 밝혀진다면 큰 문제다. 떳떳하게 공정경쟁하기로 약속해두고 뒤에서 이런 식으로 활동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현장설명회에 참여해 입찰 참가 자격을 얻은 건설사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은 모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5일 열린 반포3주구 재건축 사업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건설사는 삼성물산·현대건설·대림산업·GS건설·대우건설·롯데건설이다. 반포3주구 조합원들에게 전화가 걸어진 만큼 용의선상에 오른 곳도 이들 6개사인 셈이다.

현장설명회에 참석하지 않은 한 10대 건설사 관계자는 “질문이 시장 혼란을 야기하거나 불법을 유발할 소지는 없지만 서울시를 사칭한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사전에 정보를 접수해 수주전에서 자사에 승산이 얼마나 있을지 가늠해보려는 행동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설명회에 참석했던 A건설사 관계자는 “전략을 세우려면 기초자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전에 여론 조사를 하는 것은 업계 관행이긴 하지만 서울시를 사칭해가면서까지 조사를 한 저의는 잘 모르겠다”며 “사전접촉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에 논란을 피하려 했을 수도 있고 객관성을 담보하려고 소속을 밝히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래미안의 귀환이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며 “래미안의 브랜드 선호도가 가장 높다는 것은 업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 여론 조사를 통해 자사 브랜드의 선호도가 더 높다고 홍보함으로써 일발역전을 노려보려는 심산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공교롭게도 2014년 펼쳐졌던 신반포6차 재건축 수주전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에도 발신자번호표시 제한으로 전화를 걸었고 사칭한 기관명까지 서울시재건축정책연구소로 이번 사건과 유사한 점이 많았다. 신반포6차 수주전체 참여했던 건설사는 대림산업과 GS건설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재건축정책연구소는 서울시와 전혀 연관이 없다. 시 소속을 사칭한 것은 문제 소지가 있다”며 “전화를 돌리는 과정에서 조합원 명부를 사용했다면 이 역시 개인정보 무단 사용으로 볼 수 있다. 조합 측에서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면 조사에 착수해 관련자를 색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