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비상] ‘방역vs사생활’ 확진자 동선 공개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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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비상] ‘방역vs사생활’ 확진자 동선 공개 딜레마
  • 김아라 기자
  • 승인 2020.03.15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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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서 실명·전화번호·사진 등 신상정보 무차별 유포, 이동행위 자체 비난과 억측도
앞으로 환자 개인 세부정보 제외…모든 접촉자 파악될 경우 정보 공개하지 않을 수도
국민 의견 분분 “동선 밝혀야 경각심 느껴” “당연한 걸 인제 시행” “성별 대신 직장 공개”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부본부장. 사진=연합뉴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부본부장.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보건당국이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 공개에 대한 지침을 만들어 전국 지자체에 배포했다. 그간 확진자 이동 경로를 자세히 공개하는 과정에서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어난 데 따른 조치다.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앞으로 신속하게 정보를 공개하면서도 사생활을 보호해주며 역학조사를 해야 하는 이 ‘딜레마’를 보건당국이 어떻게 극복하면서 코로나19 방역을 이어갈지 눈길이 쏠린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14일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사항 등을 고려해 새로운 정보 공개 지침을 각 지자체에 배포했다. 이에 따라 지자체는 환자가 증상 발생이 있기 하루 전부터 격리일까지, 증상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는 검체 채취일 하루 전부터 격리일까지 확진자 동선을 공개한다.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이 나온 장소, 이동수단을 공개한다. 접촉자 범위는 환자 증상과 마스크 착용 여부, 체류 기간, 노출 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특히 환자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세부 정보는 동선 공개에 제외될 전망이다. 거주지 세부주소와 직장명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직장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했을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공개한다. 이외 방문 건물은 특정 층 또는 호실을, 다중이용시설은 특정 매장명과 특정 시간대를, 상점은 상호와 정확한 소재지 정보를, 대중교통은 노선번호·호선·호차 번호·탑승지·탑승일시·하차지·하차일시를 공개한다. 해당 공간 내 모든 접촉자가 파악된 경우에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9일 “코로나19 확진 환자의 이동 경로를 알리는 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사생활 정보가 구체적으로 공개되다 보니 확진 환자들의 내밀한 사생활이 원치 않게 노출되는 인권 침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인터넷에서 해당 확진 환자가 비난이나 조롱, 혐오의 대상이 되는 등 2차 피해까지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처럼 모든 확진 환자의 이동 경로를 상세히 공개하면 오히려 의심 증상자가 사생활 노출을 꺼려 자진 신고를 망설이거나 검사를 피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확진자 동선 공개와 동시에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는 확진자들의 이동 행위 자체에 대한 비난과 이를 토대로 한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동선이 공개된 기사에는 “증상이 나타났는데도 돌아다니다니 무개념이다” “실명 공개까지 해야 안 돌아다니려나” “이기적인 인간” “불륜인 것 같다” 등 확진자를 비난하는 내용의 댓글이 줄을 잇는다.

확진자의 실명·휴대전화 번호·사진 등 신상정보가 무차별 유포되고도 있다. 실제로 다수 공무원은 코로나19 확진자의 개인 신상정보가 담긴 보고서를 불특정 다수에게 퍼트린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노출자의 신속한 확인이라는 공익적 목적, 사생활 보호의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 지침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로운 지침에도 일선 지방자치단체들은 어느 선까지 정보를 공개해야 할지 아직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상호나 방문 시간, 확진자의 주소 등 개인정보의 공개 수준에 대해서는 각 지자체 스스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 의견이 분분한 것도 여전하다. 새로운 지침 시행 기사에는 “이 시국에 프라이버시보다 타인의 안전이 더 중요하다” “동선 밝혀서 이 정도였다” “전부 공개해야 조금이라도 경각심을 갖고 돌아다니지 않는다” “하던 대로 해야지 밝히지 않으면 불안감만 더 조성된다” “초기에 확진된 환자들만 불쌍하다” 등 반대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일부 댓글에서는 “인제 와서 공무원들이 갑자기 많이 걸리니 수정하느냐” 등 새 지침을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이게 맞다” “당연한 것을 인제 와서 시행하다니” “대한민국이 얼마나 개인정보의 중요성에 대한 무지한지를 나타낸다” 등 찬성하는 댓글도 많이 달렸다. “성별, 나이는 빼고 직장명을 공개하는 게 맞다”는 의견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앞으로 신속하게 정보를 공개하면서도 사생활을 보호해주며 역학조사를 해야 하는 이 ‘딜레마’를 보건당국이 어떻게 극복하면서 코로나19 방역을 이어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담당업무 : 항공, 조선, 해운, 기계중공업, 방산, 물류, 자동차 등
좌우명 : 불가능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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