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비상] ‘수도권 최대 규모’ 집단감염…‘제2의 콜센터’도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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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비상] ‘수도권 최대 규모’ 집단감염…‘제2의 콜센터’도 빨간불
  • 김아라 기자
  • 승인 2020.03.11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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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구 콜센터 코로나19 집단 감염...이틀 새 100명 확진자 육박
콜센터, 밀폐된 공간 30cm 간격 앉아 마스크 없이 헤드셋도 공유
학원·노래방·PC방·클럽·독서실·고시원 등도‘집단감염 지뢰밭 우려
11일 오전 광주 북구청 대강당에 임시로 마련된 코로나19 능동감시자 모니터링실(콜센터)에서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을 계기로 긴급 방역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1일 오전 광주 북구청 대강당에 임시로 마련된 코로나19 능동감시자 모니터링실(콜센터)에서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을 계기로 긴급 방역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직원들이 30cm 간격으로 다닥다닥 붙어 근무하는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했다. 자칫 서울 한복판에서 ‘신천지 발’ 집단감염 사태가 재연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와 함께 ‘제2의 콜센터’가 될 수 있는 밀집 사업장에서의 집단감염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11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구로 콜센터 관련 확진자 수는 100여명에 육박하고 있다. 9일 27명의 직원이 확진자로 발생한 데 이어 이틀 만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콜센터직원이 약 750명에 이르는 데다 밀접 접촉한 가족, 지인 등까지 고려하면 확진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들 확진자의 주거지가 서울 12개 구, 인천, 경기 등으로 광범위해 수도권으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구로 콜센터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배경은 근무 환경 때문이다. 콜센터 직원 200~300명은 좁은 간격으로 다닥다닥 붙어 앉아 일해야 한다. 칸막이가 있긴 하지만 거리상으로는 몸의 방향을 돌려 손을 반 정도만 뻗어도 닿는 30cm 정도의 거리다.

고객과 대화를 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소음을 차단해야 하므로 창문이 없는 밀폐 공간에서 일하거나 창문이 있더라도 환기를 거의 할 수 없는 구조다.

마스크를 착용하기도 어렵다. 말을 계속 해야 하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면 숨쉬기도 답답하고 산소가 안에서 부족해 어지럼증까지 유발되기 때문이다. 상담사의 말소리가 잘 안 들린다는 고객의 불만에 평소 큰 소리로 말해야 해 계속 벗을 수밖에 없게 된다. 통화 중 기침이라도 나면 옆으로 방향을 틀어서 하는 과정에서 비말(침방울)이 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감염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비말 감염이다.

한 콜센터 상담원 정 씨는 “실제로 상담원들이 감기에 많이 걸린다”면서 “특히 독감 유행 시즌에 팀에서 1~2명이 걸리기 시작하면 3~4일이면 전 직원의 절반이 기침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 상담 시 헤드셋과 이어폰을 공유하는 데도 문제가 있다. 근무 교대를 하면 이전 근무자가 이용했던 헤드셋과 이어폰을 교대 근무자가 그대로 이용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감염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들에겐 고객 개인정보 유출 우려 등 업무 특성상 재택근무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야기다. 콜센터 운영 시간을 단축하기도 쉽지 않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보험회사 콜센터뿐만 아니라 카드 회사, 전자제품 수리센터 등 다양한 유형의 콜센터가 서울에 많다”며 “서울시는 이런 사례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수도권 내 모든 민간 콜센터, 서울시 다산120 같은 공공 콜센터 전체 현황 조사와 관리 및 대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집단감염이 발생하기 쉬운 특성을 가진 사업장은 비단 콜센터만이 아니다. 각종 강습소·학원·노래방·클럽·PC방·독서실·고시원 등도 ‘집단감염 지뢰밭’이다.

PC방은 다닥다닥 붙어 앉아 게임을 하고, 노래방은 좁은 공간에서 노래를 부르며 비말이 튈 우려가 있다. 노래방이나 PC방은 밀폐된 공간에서 오랜 시간 동안 머물기 때문에 감염에 상당이 취약하다. 최근 개학 연기와 학원 휴강 때문에 갈 곳이 없어진 학생들이 PC방이나 노래방을 더욱 이용하면서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건강 걱정을 비교적 덜 하는 젊은 층들이 운집한 클럽이나 콜라텍 등도 감염에 취약한 곳이다.

고령의 기저 질환자들이 모인 병원, 요양병원, 사회복지시설의 철저한 감염 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재갑 한림의대 강남성심병원 교수는 “이런 시설은 집단감염 발생 위험도 높고, 일단 감염이 발생하면 사망자가 많이 나올 수 있다”며 “직원을 포함해 모든 방문자에 대한 극도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콜센터·PC방 등 밀집사업장의 코로나19 집단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고위험 사업장 공통 감염관리 가이드라인’을 만든다고 밝혔다. 

이번 가이드라인을 통해 밀집사업장에 코로나19 유증상 직원의 근무를 막고 재택·유연근무를 도입입하는 한편 출·퇴근 시간과 좌석 간격도 조정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또한 종사자·이용자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사업장에 1일 2회 발열·호흡기증상 확인, 유증상자 출근 중단·업무배제, 종사자·방문자 목록관리 등을 요청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콜센터와 같이 많은 인원이 한 공간에서 밀접해 근무하는 업체를 파악해 긴급점검을 하고 사전방역과 철저한 관리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코인노래방, 클럽, 콜라텍 등 업체들에 대해서도 협의를 통해 휴업을 권고하고, 사전 방역 조치를 시행한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현황을 파악해 점검을 한다고 해도 업체·업장에 휴업이나 재택근무 등을 권고만 할 수 있을 뿐이라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생계가 걸린 사업주 입장에서는 권고를 무작정 따르기도 힘들다. 사태가 확산되는 만큼 현황도 최대한 빨리 파악해야 해 우려는 지속될 전망이다.

담당업무 : 항공, 조선, 해운, 기계중공업, 방산, 물류, 자동차 등
좌우명 : 불가능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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