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5부제 체험기] “마스크 주세요…품절입니다” 탁상행정이 부른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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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5부제 체험기] “마스크 주세요…품절입니다” 탁상행정이 부른 대란
  • 김아라 기자
  • 승인 2020.03.09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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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일별 공적마스크 구매 5부제 시행
이른 오전부터 마스크 ‘품절’ 약국 多
약국마다 입고시간·매수 달라 발동동
주민번호 끝자리 착각해 발걸음 돌려
사진=김아라 기자.
마스크5부제 시행 첫날 약국 모습, 그리고 가운데 사진은 기자가 구매 성공한 마스크 2개. 사진=김아라 기자.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정부가 공적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으로 내놓은 ‘공적 마스크 5부제’가 오늘 시행됐다. 공적 마스크 5부제는 월요일 1·6년, 화요일 2·7년, 수요일 3·8년, 목요일 4·9년, 금요일 5·0년으로 출생연도가 끝나는 국민이 약국에서 마스크를 2개 살 수 있도록 한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이다. 19X1년생인 기자는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광명시 내 마스크 구매에 나섰다.

A 약국 밖에는 사람들이 들어가지 않은 채 줄만 섰다. 약국 문 앞 종이에는 ‘번호표 배부 없이 마스크를 입고되는 대로 판매할 예정입니다’ 문구가 적혀있었다. 한정된 물량을 나눠 갖다 보니 아무리 5부제라도 늦게 오면 마스크를 사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손님이 약국에서 나오면서 “3시쯤 들어온다”고 일러주었음에도 자리를 뜨는 사람들은 몇 되지 않았다.

이후 기자가 들린 약국 17곳 중 9곳도 ‘마스크 현재 없음’으로 기재돼 있을 뿐, 마스크 입고 시간은 적혀있지 않았다. 해당 약사들은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고 답할 뿐이었다. 3곳은 영업을 시작하지도 않았다. 2곳만 ‘정상 입고 시 오후 1시 40분(70명) 판매 예정(변경될 수 있음)’ 등 문 앞에 마스크 판매 시간을 기재해 놨다.

나머지 2곳은 이미 마스크가 동난 상태였다. B 약국 약사는 “오늘 오전 9시에 오픈했는데 9시 40분쯤 200장 물량이 모두 판매됐다”면서 “오늘은 추가 물량이 없으니 구매하지 못하시면 주말에 찾아와달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한 손님은 “생년월일이 5부제에 해당해 나왔는데 마스크가 없다니 당황스럽다”며 “그럼 대체 어디로 가야 하냐”고 인상을 찌푸렸다. 약사가 당황해하자, 다른 한 손님이 “근처 ○○약국에는 아직 있다”고 정보를 교환해주기도 했다.

C 약국은 문 앞에 마스크 물량이 모두 판매됐다고 종이를 붙였다. 하지만 손님들은 몇 번이고 약사에게 “마스크 진짜 없냐” “왜 마스크 못 사냐”고 되물었다. 약사는 한 손님에게 처방한 약을 설명해주다 멈추고선 “지금은 품절입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C 약국 약사는 “처방받으러 오는 손님들이 불편해하는데, 마스크를 사러 오시는 분들을 무시할 수 없어 힘들다”면서 “마스크 판매보다 대답하는 게 더 힘들다”고 답답해했다.

실제로 약국 앞 마스크를 사기 위한 시민 행렬이 길게 늘어서자, 처방전을 약사에게 주는 것은 물론 약국 입구에 들어서는 것조차 눈치를 보고 머뭇거리는 손님들도 있었다.

오전 10시 40분에 들린 D 약국은 마스크 구매가 가능했다. 약국은 때마침 오전 11시 30분에 마스크가 들어올 예정이었다. 이미 기자 앞으로 11명이 줄을 섰고, 기자 뒤로 10명이 넘게 줄을 서기 시작했다.

사진=김아라 기자.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 약국 앞에 줄 선 시민들. 사진=김아라 기자.

D 약국은 예상보다 15분 빨리 마스크를 주기 시작했지만, 계속 삐걱거렸다.

한 60대 남성은 본인뿐 아니라 자식 마스크를 대신 구매하려 했으나 구비서류를 가져오지 않아 본인 것만 구매해야 했다. 10세 이하와 80세 이상 가족의 마스크를 대리 구매할 땐 주민등록등본 등 가족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지참해야 한다. 장기요양 급여 수급자의 경우 장기요양인증서가 필요하다.

또 한 70대 여성은 약사에게 소리를 쳤다. 출생연도 끝자리를 주민등록번호 끝자리로 착각했던 것이다. 이 여성은 약사의 설명을 다시 듣고선 허무하게 발을 돌렸다.

또 다른 60대 여성은 대형 말고 중형을 선호했으나, 약사가 오늘 공급된 마스크는 대형과 소형뿐이라고 하자 불만을 터뜨리며 하는 수 없이 마스크 대형을 샀다.

마스크를 판매하는 도중 처방전을 주는 손님도 있어 혼선도 따랐다. 이밖에 결제 방식을 고민해하는 시민들과 약국 밖 대로변에 차를 잠시 정차하고 마스크를 사려고 줄을 서는 시민들도 있었다.

줄을 선 한 30대 여성은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와서 다행인데 다른 직장인들은 어떻게 마스크를 구매하라는 거냐”고 토로했다. 다른 한 20대 여성은 “오늘 구매하지 못하면 주말에도 살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데 일주일 동안 어떡하냐”고 푸념했다.

이날 기자는 2시간 30분 만에 마스크 2매 구매에 성공했다. 하지만 다음주가 또 걱정이다.

담당업무 : 항공, 조선, 해운, 기계중공업, 방산, 물류, 자동차 등
좌우명 : 불가능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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