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경쟁자의 존재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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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경쟁자의 존재 이유
  • 조성준 기자
  • 승인 2020.03.0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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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산업부 기자
조성준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이 LG화학 승리로 윤곽이 잡혔지만 최종적으로 어떻게 마무리 될 지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SK이노베이션 ‘조기패소 판결(Default Judgment)’에 대해 업계에서는 최종 판결에서 판단이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ITC의 이번 조기패소 판결은 얼핏 보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희비가 대조되는 장면이다.

LG화학은 이번 소송 결과로 기술력을 간접 홍보할 수 있었고, 막대한 소송 비용과 향후 합의 가능성에 따라 합의금도 두둑히 챙길 수 있을 것이다.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지난 1년간 소송전으로 지출한 소송 비용을 물어내야 하고 합의를 하더라도 막대한 자금이 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 전문가들은 양사가 합의를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분쟁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지만 합의를 하는 것이 결국 자사의 경쟁력 증진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양 사는 알아야 한다.

앞으로 두 업체는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끊임없는 경쟁을 펼쳐야 할 것이다. 이같은 분쟁이 향후에 다시 생기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하지만 국적이 같은 글로벌 경쟁업체가 있다는 것은 큰 틀에서 보면 불리한 점보다 유리한 점이 더 많다. 삼성과 LG가 곁고 트다가 모두 글로벌 전기·전자 톱 브랜드가 됐고, 일본 자동차 업계의 도요타-닛산도 그렇다.

이는 정부의 산업정책에 대응하거나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기술표준 내지 트랜드를 만들어갈 때 아무래도 비슷한 국내 환경에 처한 업체간의 공동 대응이 용이하고, 지근거리에 글로벌 기업을 경쟁자로 두다 보면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술력의 일본 업체와 내수 시장을 장악한 중국 업체가 내놓는 '질서'에 대해 은연 중에 공동대응 하게되는 것이다.

이는 분야를 막론하고 일정한 인간세상의 법칙이다.

그래서 영국의 영화배우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고 했는지도 모른다.

다행스러운 것은 양사 모두 합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로의 존재가 자사의 발전 동력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적절한 수준에서 원만하게 조기 합의하는 모습을 국민들은 보고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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