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 청문회 파행…역사관은 묻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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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장 청문회 파행…역사관은 묻지 마라?
  • 고수정 기자
  • 승인 2013.03.19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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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내정자 제출 자료 부실 논란에 서상기 위원장의 野 질의 방해 등 원인

▲ 18일 국회 정보위원회의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내정자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측 간사인 정청래(오른쪽) 민주당 의원과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가운데) 위원장이 의사진행 발언 시간을 놓고 말다툼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매일일보]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내정자에 대한 국회 정보위원회의 인사청문회가 결국 파행되면서 ‘반쪽 청문회’로 마무리됐다. 부동산투기·재산 증식 경위 등에 대한 의혹으로 여야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지만 서상기 위원장의 고압적인 회의진행 방식이 결정적인 파행 원인으로 보인다.

국회 정보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지난 18일 남 내정자의 도덕성 공개 검증 직후 열린 비공개 청문회에서 남 내정자의 ▲강연 자료 ▲건강검진 자료 ▲2억 원의 금전 거래 내역 ▲자녀에게 증여한 3000만원 관련 자료 의 제출 문제를 놓고 대립각을 보였다.

결국 새누리당 소속인 서상기 정보위원장은 오후 6시20분께 정회를 선언했다. 남 내정자는 정회 시간을 이용, 자료 제출을 위해 송파구 자택을 찾았다.

이후 청문회는 오후 8시 속개될 예정이었으나 남 내정자가 새롭게 제출한 자료를 둘러싼 논란이 재연되며 표류했다.

민주통합당은 “부실 자료 제출”이라며 미진한 자료 추가 제출 및 자료 검토를 위해 청문회를 19일 재개할 것을 주장한 반면, 새누리당은 “충분한 소명이 이뤄졌다”며 이날 청문회를 마무리하자고 맞섰다.

이 과정에서 ‘18일 정책질의 완료, 19일 청문보고서 채택’ 절충안이 제시됐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윤상현,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오후 9시40분 ‘청문회 파행’을 선언했다.

‘박근혜 정부’ 주요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인사청문회가 중간에 파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청문보고서 채택 무산은 현오석 경제부총리, 김병관 국방장관 내정자에 이어 세 번째로 기록될 전망이다.

정청래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남 내정자의 재산증식 내역이 한 줄도 제출되지 않았고 9급 공무원도 받는 건강검진 관련 자료가 없다”며 “국정원장으로서의 시국관, 정책능력 확인을 위해서는 남 내정자의 안보강연 원고가 필요한데 프레젠테이션 자료만 보내왔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또한 남 내정자가 제출한 차용증 자료는 청문회 직전에 조작된 차용증이고 큰 딸 증여와 관련한 서면답변서 내용도 허위로 나타났다”고 주장하면서 “이런 상태에서 청문회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윤상현 의원은 남 내정자가 제출한 ‘북한의 대남전복 전략’ 강연 자료, 육군참모총장 시절 부관을 했던 오 모 씨에게 2억 원을 빌려준 거래 내역 등을 공개, “야당의 요구 자료를 거의 가져왔다”며 “건강검진 자료 등은 공개되지 않거나 오래돼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라고 반박했다.

윤 의원은 “오늘(18일) 정책질의를 끝내고 내일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자는 안에 대해 일부 야당 의원도 동의했지만 야당 간사가 원내지도부와 상의한 직후 ‘안 된다’고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19일 청문회 재개를 위해 의사일정을 변경하자는 안을 최종 제안했으나, 서상기 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음에 따라 사실상 남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는 ‘반쪽 청문회’로 막을 내렸다.

윤 의원은 “지금으로선 내일 청문회가 다시 열릴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공개 진행된 청문회에서 불거진 서상기 위원장과 야당 의원들과의 설전도 파행의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민주당 김현 의원이 질의 도중 남 내정자의 과거 강연 내용을 거론하며 ‘제주 4·3 사건’ 등에 대한 입장을 묻자, 서상기 위원장이 남 내정자의 답변을 가로막으면서 논란이 일었다.

서 위원장은 “지금은 도덕성과 신상에 대한 질의시간이다. (김 의원의 질의가) 도덕성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 계속 그렇게 약속을 어기면 정회를 선언하겠다”고 경고했고, 이에 유인태 의원은 “이것이 개인 신상이지 뭐냐”고 따져 물었다.

서 위원장이 거듭 “도덕성만 관련된 질의를 하지 않으면 정회를 선포하겠다”고 말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뭐 이런 개떡 같은 청문회가 다 있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회의가 속개되는 동안에도 야당 의원들이 서 위원장의 회의 진행 방식에 불만을 표하며 거세게 항의하는 등 긴장감이 가시지 않았다.

특히 유 의원은 자신의 질의 순서가 돌아올 때마다 서 위원장에 유감을 표명했고, 이에 서 위원장이 ‘발끈’하고 나서면서 양측 간 치열한 신경전이 또 한 번 벌어졌다.

유 의원이 “앞으로 회의를 상식에 맞게 운영해 달라”고 말하자 서 위원장은 “말씀 삼가 달라”고 했다. 이에 유 의원은 “상식에 좀 맞게 하라. 누군 위원장 안 해봤나. 회의를 그따위로 운영하고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서 위원장은 “공식 석상에서, 국민들이 보고 있는데 무슨 추태냐. 그따위라니. 그러려면 발언권 얻지 말고 퇴장하라”고 받아쳤고, 유 의원도 “회의를 좀 제대로 하란 말이다. 내정자가 답변 30초도 못 하게 하는 게 상식에 맞느냐”고 응수했다.

특히 “국회의원 발언을 검열하느냐”, “이렇게 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예뻐하느냐. 장관 가고 싶으냐”는 야당 의원들의 거친 항의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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