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부의 ‘신호’는 혼란스러워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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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정부의 ‘신호’는 혼란스러워선 안 된다
  • 김정우 기자
  • 승인 2020.03.0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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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김정우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면서 민심이 어지럽다. 확진·사망자 증가에 따른 공포는 물론이고 내수경기 악화로 인한 자영업자, 소상공인 피해는 측정이 어려울 정도다. 대기업도 제조업을 중심으로 사업 차질을 빚고 있으며 이는 고스란히 하청업체들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작금의 사태를 두고 인터넷상에서 격론을 벌이는 진영은 크게 두 가지 논리로 나뉜다. ‘정부가 애초에 중국인 입국 제한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쪽과 ‘방역에 혼선을 주고 피해를 키운 특정 종교단체가 문제’라는 쪽이다. 서로 정부와 종교집단 어느 쪽에 잘못이 있는가를 두고 설전을 벌인다.

조직의 특수성에 따라서라도 방역 당국에 협조하지 않았거나 피해를 키운 집단이 있다면 그 잘못을 논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민간 단위에서의 잘못이 있다고 해서 정부가 책임론에서 자유로워지는 것도 아니다. 이는 비단 정부가 국가적 사태에 대한 최종책임을 지는 ‘콘트롤타워’라는 명목적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우선 중앙정부는 국민에게 가해질 수 있는 위험을 제대로 예측하고 최고의 위험성을 감안해서 대응해야 한다. 이미 국내에 코로나19가 급격히 퍼지기 전부터 우리는 각종 미디어를 통해 중국 현지에서 어떤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지 목격했다. 의료 인프라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높은 전염성, 전염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 검사 결과의 신뢰성 문제 등 그 실체와 예상 피해 수준을 측정하기 어렵다는 단서가 넘쳐났다. 그럼에도 정부는 입국 제한 조치를 내리지 않고 국내 방역 체계에 의존하려 하는 실책을 범했다. 대통령이 초반 말했던 ‘과하다 싶을 정도’의 조치는 아니었다.

이후 지난달 19일 이후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사태는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고, 정부는 23일이 돼서야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이전까지 정부는 심각한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경계’ 단계를 유지했다. 심지어 대통령은 상황이 곧 종식될 것이라고 발언했고, 일상생활로 돌아가도 좋다는 신호까지 보냈다.

여러 기업들은 정부의 위기 경보 격상에 따라 재택근무 체제 전환 등 본격적인 전사적 조치를 내리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대응은 개인위생에 대한 지침과 중국 우한 등 위험 지역에 대한 출장 자제 수준에 그쳤다. 뒤늦은 정부의 신호에 따라 민간의 대응도 늦어진 것이다.

다급해진 정부는 여러 채널을 통해 민심을 안정시키고자 했다. 주로 내세운 것은 질병관리본부와 의료진, 지자체 수준에서 이뤄진 대응들이었다. 추경 편성 움직임 외에 정작 중앙정부의 역할인 외교적 대응은 지지부진한 모습이 이어졌다. 복지부·외교부 장관은 ‘정부 대응은 틀리지 않았다’는 취지의 변을 내세웠고 이는 애초에 제대로 된 ‘신호’를 보내지 못한 정부가 국민의 무한 신뢰를 바라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이 같은 정부의 행태는 코로나19처럼 급박하게 진행된 사안에만 나타난 것이 아니다. 경기 악화 등으로 인한 기업들, 실업률 증가로 인한 국민의 고충에 ‘나아지고 있다’는 말만 반복해 온 것이 그렇다.

국민의 생명이 달린 최근의 사태에서 더욱 명확하게 드러나듯 정부의 신호는 혼란을 줘서는 안 된다. 경제 상황과 정책에 관련해서도 항상 현실에 근거한 정확한 신호를 줘야 한다. 잘못된 신호로 신뢰를 잃고 불확실성을 높인다면 경제의 동력인 기업뿐 아니라 국민들의 안위마저 위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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