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국정원장 ‘정치개입 문건’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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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국정원장 ‘정치개입 문건’ 파문
  • 고수정 기자
  • 승인 2013.03.18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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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여론조작 시도 등 MB전위부대 역할 자처

▲ 민주통합당 진선미 의원이 1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국정원 국내정치 개입 의혹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매일일보] 2009년 초 취임해 이명박 대통령과 마지막까지 임기를 같이 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재임기간 중 직원들에게 직접 국내정치 개입을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긴 국정원 내부 자료가 공개됐다.

이는 지난 대선 당시 인터넷 여론조작을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국정원 여직원 김씨가 작성한 글과 맥락이 일치해 김씨의 활동이 원 원장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민주통합당 진선미 의원이 입수해 18일 공개한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이라는 제목의 국정원 내부자료에 따르면 ▲여론조작 시도 ▲‘종북·좌파’ 단체에 대한 대응 및 공작 지시 ▲주요 국내 정치 현안에 적극 개입 ▲정권의 전위부대로서 MB정부의 국정운영 홍보 ▲4대강 사업 등 국책사업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휘했다.

자료에 따르면 국정원 대북심리전단이 지난 대선에서 불법적으로 댓글을 달고 여론 조작을 시도했다는 의혹과 관련된 내용이 원 원장의 주관으로 국정원 각 단위 부서장과 지역 지부장들이 참석한 확대부서장 회의에서 5차례나 논의된 것으로 드러났다.

2010년 7월19일 지시사항에 “심리전단이 보고한 젊은 층 우군화 심리전 강화방안은 내용 자체가 바로 우리 원(국정원)이 해야 할 일 이라는 점을 명심”하라는 내용이 나온다. 국정원 직원 김씨가 젊은 층이 자주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 ‘보배드림’, ‘뽐뿌’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인 것과 연관되는 내용이다.

이는 국정원이 최소 2010년부터 몇 년 간에 걸쳐 인터넷 상에서 정부·여당에 유리하도록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대책을 세우고 활동 했다는 것이 진 의원의 분석이다.

지시사항에는 또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민주노총 등을 ‘종북 좌파’ ‘국내 내부의 적’으로 규정하고 북한보다 다루기 힘든 적으로 치부했으며, 종교계에 대해서도 “일부 종교단체가 종교 본연의 모습을 벗어나 정치활동에 치중하는 것에 대해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들을 탄압하기 위해 일선 직원뿐 아니라 간부들까지 나서 정부 기관에 압력을 넣도록 한 정황도 들어있다.

세종시·4대강 등의 국정현안에 대해 개입한 내용도 나온다. “4월 국회에서는 주요개혁입법들이 모두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 “주요 현안에도 원이 확실하게 중심을 잡고 대처해주기 바람” 등으로 지시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주력 추진 사업에 대해 대국민 홍보를 지시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2010년 1월22일 “세종시 등 국정현안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 좌파단체들이 많은데, 보다 정공법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음. 우리 원이 앞장서서 대통령님과 정부정책의 전의를 적극 홍보하고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진 의원은 “믿을 만한 제보를 통해 이런 내용들을 입수했다. 국가정보원이 아니라 국가홍보원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라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국정원이 부당한 정치개입을 통해 국기를 문란하게 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반드시 엄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관련자료 공개 요구에 대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4조를 근거로 공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진 의원은 “통상 정부는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요구하신 자료가 존재하지 아니하여 제출하지 못함을 양해해 달라’고 답변한다”면서 “그런데 국정원의 이러한 답변은 ‘자료는 존재하지만 공무상 비밀이기 때문에 제출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한편 지난 17일 정부조직접 개편안에 대한 여야 합의에 따라 국정원 직원 댓글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완료되는 즉시 국회 국정조사가 실시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진 의원은 “국정원 직원인 김씨에 대해서만 조사가 한정되어서는 안 되며, 이러한 행위가 이루어 질 수 있었던 배경과 맥락을 총체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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