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우리도 토요타ㆍ소프트뱅크처럼 손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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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기고] 우리도 토요타ㆍ소프트뱅크처럼 손잡아야
  • 이승민 하이투자증권 선임연구원
  • 승인 2020.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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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민 하이투자증권 선임연구원

전세계 곳곳에서 본격적인 모빌리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주식시장에선 연초부터 테슬라와 우버의 주가가 심상치 않았다. 테슬라 시가총액은 전통 자동차의 상징과도 같은 GM, 포드 시가총액의 합보다 약 70%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다. 우버는 기업공개(IPO) 이후 주가가 43% 하락했다가 올해 4분기 상각전영업이익(EBITDA) 흑자 조기전환 가능성을 보이며 IPO 가격 부근까지 회복했다.위워크 IPO 결렬 이후 소프트뱅크가 이끄는 모빌리티 큰 그림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가 들렸지만 결국 주가가 제 궤도에 다시 진입한 것이다.이젠 투자자들의 시선이 전통 자동차업체보다 새로운 모빌리티 업체로 집중되면서 전통 자동차업체들의 조바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왔다.

여기에 미국 정보기술(IT) 업체가 개척하고 있는 로보택시 시장도 한몫하고 있다.로보택시는 말 그대로 자율주행차를 앱으로 호출해서 이용하는 서비스로, 구글 웨이모와 우버 ATG, 앱티브ㆍ리프트 연합이 본격적으로 진출한 상태다. 이들은 전통 자동차업체가 집중하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시스템인 레벨 2-3의 부분 자율주행단계를 건너뛰고 곧장 Level 4-5의 완전자율주행단계 개발에 집중하는 전략을 구사하면서 초기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특히 구글 웨이모의 경우, 작년 10월 세계 최초로 백업운전자(Safety Driver) 없이 운영되는 무인 여객(Ride-only) 운송 허가까지 획득하며 기술적으로 가장 앞선 로보택시 운행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완성차 진영의 GM이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를 통해 로보택시 양산모델 '오리진'을 선보이며 본격적인 로보택시 시장 진출을 알렸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통 자동차업체의 대표격인 토요타의 전략에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토요타는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소프트뱅크와 함께 모네 테크놀로지스를 공동 설립한 바 있다. 모네는 토요타의 자율주행셔틀 'e-팔레트'를 확산시키는 서비스 주체로서 일본 내 대표적인 결제, 유통, 운송, 소매, 헬스케어 업체로 구성된 모네 콘소시엄을 발족한 상태다.2020년 2월 18일 기준으로 500개 업체까지 확대하면서 일본연합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들을 통해 모네는 지방 중소도시의 이동약자를 위해 교통수단, 편의점, 원격의료 서비스 공간 등을 앱으로 호출하는 이른바  부동산의 동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토요타가 앞선 미국업체와 사뭇 다른 전략을 취하게 된 배경에는 이미 2014년부터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현실이 있다. 일본은 지난 10년 간 면허를 자진 반납한 75세 이상 노인이 17배나급증했다. 대중교통 없이는 마음대로 이동할 수도 없는데, 대도시 외 지역버스 사업자들은 2005년부터 만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반면, 식료품 점포로부터 500m 이상 떨어져 살고 있는 고령인구가 일본 전국에 800만명, 지방엔 40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의료기관으로부터 반경 4km 떨어진 도서ㆍ벽지 지역은 637개에 달한다. 결국, 이러한 이동의 수급 불균형을 토요타와 소프트뱅크 주도의 일본연합이 해결함으로써 자율주행 기술에 사회적 명분을 부여하고, 정부의 규제완화를 이끌어 내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명분이 있으면 확신도 있게 마련이다. 토요타와 소프트뱅크는 '스마트 시티'라는 확고한 지향점까지 함께 공유하고 있다. 토요타는 지난 미국 소비자가전쇼(CES) 행사에서 후지산 기슭에 70만8000㎡ 규모의 스마트 시티 '우븐시티''를 2021년 초부터 착공하겠다고 공개했었다. 소프트뱅크 역시 동남아 최대 승차공유업체 그랩과 함께 인도네시아의 새로운 수도가 될 보루네오 섬의 동칼리만탄을 대상으로 전기차 주도권 잡기와 차세대 교통 인프라 투자에 나서고 있다. 즉, 토요타의 우븐시티는 내수시장을 시험대 삼아 진행하는 스마트시티 실험 프로젝트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가 투자한 동남아의 그랩, 중국의 디디, 미국의 우버, 인도의 올라 등 시장까지 영역을 넓혀갈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한국도 일본이 선험적으로 겪은 고령화, 인구공동화, 학생 축소에 따른 폐교 확대, 노동력 감소 등을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규제일변도의 국가정책도 유사하게 흘러가고 있다. 일본 모빌리티의 양상은 모네 테크놀로지스의 설립 전후로 크게 달라졌다. 스마트시티의 그림을 연합의 형태로 그려나간 일본의 사례가 한국의 현대차를 비롯한 많은 대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의 상생으로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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