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계속되는 규제 풍선효과…주택 공급 갈증 해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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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계속되는 규제 풍선효과…주택 공급 갈증 해소 필요
  • 최은서 기자
  • 승인 2020.02.27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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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2·20 대책으로는 집값 잡기는 힘들 것 같네요. 조만간 20번째 대책이 또 나오겠네요”

정부가 19번째로 꺼내든 2·20 부동산 대책에 대한 한 전문가의 평이다. 당초 시장에선 수·용·성(수원·용인·성남)에 규제가 가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용인과 성남은 규제에서 빗겨갔다. 이를 두고 총선을 의식한 여당의 반대로 대책이 축소된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정부는 2·20 대책을 통해 수원 권선·영통·장안구와 안양 만안구, 의왕시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또 조정대상지역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를 현행 60%에서 시가 9억원 이하 분에 대해선 50%, 9억원 초과분은 30%로 낮췄다.

업계의 예상과는 달리 규제 대상이 협소했던 탓에 풍선효과 등으로 집값이 상승한 지역을 하락세로 반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많았다. 또 그간 규제 풍선효과가 남하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지만 정부는 선을 그었다. 최근 경기 남부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세를 풍선효과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판단과는 달리 2·20 부동산 대책 이후 시중 유동자금들이 비규제지역으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미 시장은 규제에 면역이 됐고 멧집도 강해졌지만, 정부는 그간의 대책과 차별점이 그다지 없는 대책으로 일관해 벌써부터 시장엔 규제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는 만큼 시장 과열 현상은 지역을 바꿔가며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도 내성이 생긴 시장은 규제로 주춤하기 보다는 대체 투자처를 찾는데 분주한 모습이다.

더욱이 이번 풍선효과로 인해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점도 문제이다. 서울보다 집값이 싸고 서울 출퇴근이 가능한 수도권에서 내집마련을 하려고 했던 실수요자들은 계속해서 번지는 수도권 풍선효과로 낭패를 보게 됐다. 집값 상승세 남하로 자금이 부족해져 당초 계획했던 지역보다 서울에서 더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가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집값이 과열되면 규제가 뒤따르는 두더지 잡기식 규제책으로 집값을 잡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정부가 19번의 대책을 꺼내놓는 동안 규제 발표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는 점 역시 규제 약효가 점차 짧아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12·16 대책은 역대급 규제책으로 평가됐음에도 그 효과는 두달여에 그친 셈이다.

물론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선 규제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도 이뤄져야 한다. 쉽사리 잡히지 않는 집값은 풍부한 유동성 등이 원인이기도 하겠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공급에 대한 갈증 때문이기도 하다. 정부는 규제로 시장을 억제하는데 집중할 것이 아니라, 수요가 있는 지역에 주택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포함한 근본적 대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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