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쇼크’에 월급도 밀린 항공사…정부 지원은 미봉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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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쇼크’에 월급도 밀린 항공사…정부 지원은 미봉책?
  • 박주선 기자
  • 승인 2020.02.2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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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임직원 급여 40% 지급…에어서울, 국제선 1개 노선만 운항
고강도 자구책에도 생존기로…기초체력 부족한 항공사부터 위기 현실화
정부의 3000억 긴급 지원, 심사만 2~3개월 소요…골든타임 놓칠 우려 높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계류장에 항공사들 여객기가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계류장에 항공사들 여객기가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항공사들이 생존의 기로에 놓였다. 비상경영을 선포한 이스타항공은 직원들의 월급을 정상적으로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에어서울은 국제선 1개 노선을 제외하고 모든 노선의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다.

정부가 저비용항공사(LCC)를 대상으로 최대 3000억원의 유동성 수혈을 결정했지만 현장에서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심사 절차만 2~3개월이 소요돼 항공사들의 위기극복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전날 지급 예정이었던 임직원 2월 급여를 40%만 지급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사내 게시판에 “최소한의 회사 운영을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연말정산 정산금을 포함한 나머지 급여는 추후 지급하겠다”고 설명했다.

항공사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연일 비상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미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이 경영진 월급을 삭감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전 직원의 월급 지급을 미룬 것은 이스타항공이 처음이다.

경영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은 이스타항공 뿐만이 아니다. 아시아나항공 계열 LCC인 에어서울은 단독 노선인 인천∼다카마쓰 노선을 제외한 나머지 국제선의 운항을 다음달부터 2주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에어서울은 1월 말 운항을 중단한 중국 노선 2개를 제외하고 현재 운영 중인 11개 국제선 노선 중 10개 노선의 운항을 당분간 접게 됐다. 다만, 국내선 김포∼제주 노선은 일단 운항을 유지하기로 했다.

앞서 전날 조규영 에어서울 대표이사와 모든 임원은 일괄 사직서를 냈다. 또 이달부터 대표 30%, 임원 20%, 부서장 10%의 임금을 자진 반납하고, 3월에는 대표와 임원, 부서장 모두 급여를 100% 반납하기로 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기초체력이 약한 LCC들이 이번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자칫 회생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스타항공과 에어서울은 국내 LCC 중 각각 5위와 6위 규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임원 급여 30% 삭감과 전 직원 근무일 단축 등 이미 허리띠를 최대한 졸라맨 상황에서 임직원 임금까지 체불할 정도면 이스타항공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뜻”이라며 “에어서울 역시 하루하루 버티기가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항공업계를 대상으로 정부가 내놓은 긴급대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17일 코로나19 대응 항공분야 긴급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LCC를 대상으로 총 3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용평가와 재무상태 평가 등을 거쳐야하는 탓에 실제 지원금은 이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대출 심사 절차에만 2~3개월이 소요돼 항공사들의 위기극복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실제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정부의 긴급 지원 및 금융기관을 통한 금융 지원 등의 여러 자구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지금의 긴급한 상황을 해소하기에는 시간과 여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항공사 한 관계자는 “정부의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대출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최근 재무상태가 악화된 곳이 많다 보니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다음달이 최대 보릿고개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 즉각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유동성 위기로 운항이 중단되는 LCC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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