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유지의 비극’을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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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유지의 비극’을 넘어서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0.02.2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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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소위 주류 경제학, 즉 고전학파에선 인간의 이기심이 시장경제를 움직이는 순기능을 한다고 주장하다. 이에 따라 주류 경제학을 공부한 학자들은 합리적 인간으로 이뤄진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고 말한다.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Adam Smith)가 1776년에 완성한 저서 ‘국부론’이 대표적이다. 스미스는 자유경쟁과 자유무역 속에서 경제가 가장 잘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경쟁이라는 혼란 속에서 경제적 질서가 나타난다고 설파했다.

이 주장은 수백 년 동안 모든 경제 정책을 관통하는 밑바탕이었다. 그 오랜 믿음을 깨뜨린 건 뜻밖에도 1968년 발표된 생물학자 가레트 하딘(Garrett Hardin)의 논문이었다. 정확히는 하딘의 논문에 담긴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예시였다.

그 예는 이렇다. 마을 주민들이 자신들의 가축을 방목할 수 있는 공동의 목초지(공유지)가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이 공동의 목초지를 이용하는 데 비용이 들지 않아 앞다투어 더 많은 양을 방목했다.

결국, 목초지는 양들로 붐비게 됐고 풀이 자라는 속도보다 양이 풀을 뜯는 속도를 앞질렀다. 그 결과 목초지는 풀이 거의 없는 황무지로 변했다. 본디 하딘의 의도는 인류가 공공재인 천연자원을 남용, 재앙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적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도 이 논문은 각종 경제학 논문에서 5만 건이 넘게 인용됐다. 인간의 이기심이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지 않는다는 첫 번째 사례였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경제학계에서는 후속 연구가 치열하게 진행됐다.

주류 경제학이 내놓은 해법은 공유지의 사유화였다. 공공의 재산이어서 관리가 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치부했다. 경제학의 또 다른 한 축인 마르크스주의 계열에선 국가의 완전한 통제를 내세웠다. 결과론적으로는 둘 다 틀렸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은 사실상 사장되었고 신자유주의는 무수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긴급 재난 문자가 하루에도 서너 번씩 울리는 요즘 일회용 마스크 가격은 몇 배나 뛰어올랐다. 

이것이 주류 경제학에서 말하는 시장경제의 암묵적인 자율작동 원리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과연 옳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는 부동산 시장에도 통용된다. 더 많은 부를 축적하기 위해 자본가들은 많은 토지와 주택을 소유한다. 

그리고 그들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 이에 뒤따르는 사회적 갈등 등의 문제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경제학자이자 정치학자인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 삼의 방법을 제시해 2009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자는 것으로 하딘의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오스트롬의 논문에선 1970년 상세한 조업 규칙을 만들어 어장을 관리하는 터키 어촌의 사례 등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한 여러 사례를 소개했다. 

모두가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면 공멸한다는 사실이 또다시 증명된 셈이다. 동시에 합의 능력은 현대 사회의 흥망을 가르는 중요한 변수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간은 절대로 이기적이기만 한 동물이 아니다. 더욱이 우리 사회는 이미 합의 능력이 충만하다.

최근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대구 자영업자들을 위해 어떤 건물주는 월세를 20% 삭감했다. 우한 교민들의 임시 격리시설이 있던 아산과 진천 주민은 처음에는 반대 입장을 보이다 소셜미디어에서 ‘우한 교민 환영 운동’이 전개되면서 생각을 바꿨다.

우리는 원래 그런 존재다. 이타적이고 연대할 수 있으며 합의를 통해 더 좋은 결과를 도출해낼 힘이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부동산 관련 문제도 분명 언젠가 사회적 합의에 도달할 날이 올 것이다. 기대를 걸어도 좋다. 다시 강조하자면 우리는 원래 그런 존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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