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최악의 시나리오' 대비...컨틴전시 플랜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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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최악의 시나리오' 대비...컨틴전시 플랜 가동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2.25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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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비상대책기구 운영...은행권은 '본점' 사수 총력
업무 마비 우려 인력 분산배치·대체 근무지 확보에 사활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코로나19 사태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컨티전시 플랜에 일제히 돌입했다. 사진은 비상대책기구 설치를 주문한 윤석한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코로나19 사태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컨티전시 플랜에 일제히 돌입했다. 사진은 비상대책기구 설치를 주문한 윤석한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박수진·홍석경·전유정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지점 폐쇄가 줄을 잇는 가운데 금융사들이 일제히 컨틴전시 플랜(Continuity Plan, 비상대응체제)에 돌입했다. ICT 인력을 분산 배치하고 대체 근무지를 확보하는 등 본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 시 일어날 수 있는 업무 마비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컨트롤타워인 금융당국도 분주하다. 금융감독원은 코로나19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대책기구'를 확대·설치키로 했다.

25일 금감원은 윤석헌 원장 주재로 주요 임원 및 주무부서장이 참여하는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금융부문 비상대응계획을 점검·강화했다.

윤 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금융권의 감염병 차단 및 금융소비자 피해 예방 ▲감독당국의 적극 조치 ▲실물경제 충격 최소화를 주문했다.

시중은행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본점으로 확산할 것에 대비해 근무지 확보 등 비상 조치에 들어갔다. 

신한은행은 24일부터 본부 부서별로 핵심 인력을 서울 강남, 영등포, 광교 백년관, 경기도 일산의 스마트워킹센터 등으로 분산 배치했다. 또 직장 폐쇄에 따른 업무 유지를 위해 대체 사무실과 종합상황실도 마련했다. 또, 자택 PC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데스크톱 가상화 환경도 조성했다.

KB국민은행은 본부 부서가 서울 여의도 본점, 별관, 세우빌딩, 더케이타워 등 4곳에 분산돼 있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다만 특정 층 폐쇄 시 층간 이동하고, 건물 한곳을 폐쇄해야 할 경우 다른 건물로 이동해 근무하는 방안을 수립했다. 또 유사시 지역영업그룹 내 설치된 디지털오피스도 활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현재 운영 중인 두 개의 전산센터 모두 확진자가 발생하면 필수 인력이 재택 근무할 수 있게 보안이 확보된 네트워크로 원격 접속할 수 있는 환경도 구축했다. 필요 시 방호복을 입고 일할 수 있게 방호복도 준비해뒀다.

하나은행은 본점 비상 상황에 대비해 청라글로벌캠퍼스, 망우동, 서소문 등에 대체 사업장을 마련했다. 해당 대체 사업장은 각각 수백명을 수용할 수 있고, 평소에 비어 있다.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각종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하나은행은 사태 추이를 보며 대체 사업장 한두 곳을 추가로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 중에 있다. 비상 시 전산직원은 재택근무를 할 수 있게 주거지에 은행 내부망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았다.

우리은행은 이달 초 상황별로 대체 사무실을 확보했다. 일부 층을 폐쇄하면 다른 공간에서 마련된 곳에서 사무를 처리하고, 폐쇄 부서가 많아지면 우리금융 남산타워, 서울연수원 등으로 분산 근무하게 했다. 또 핵심 인력을 근무할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해 주·부 담당을 지정해 유사시 대체인력을 투입할 채비도 갖췄다.

NH농협은행은 본점에서 확진자가 나올 경우에 대비해 본점 신관 3층에 대체 사업장을 마련해놓았다. 대체 사업장은 평상시에는 출입이 통제되고 비상시에만 부서별 필수 인력이 근무하는 공간이다. 더불어 서초구와 경기도 의왕시 전산센터의 대체 사업장으로 경기도에 안성센터를 확보했다.

금융투자업계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공식행사를 연기하고 비상근무 체제로 전환하는 등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25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오는 4월 8∼10일 열릴 예정이었던 ‘제38차 아시아오세아니아증권거래소연맹(AOSEF) 총회’를 내년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번 총회는 2005년 이후 15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총회로 기대를 모았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내년 4월 열리게 됐다.

거래소는 서울사옥 금융교육실과 부산 자본시장역사박물관도 전날부터 임시휴관 조처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운영하는 부산과 일산 증권박물관도 임시 휴관에 들어간 상태다.

여의도 증권사들도 비상근무 체제로 전환해 코로나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도 부서별로 업무 수행을 위한 최소 인력을 산출해 대체 업무공간에 투입하는 등 비상 근무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코로나19 확산세로 감염 위험이 커짐에 따라 기자실 운영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NH투자증권은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대책위원회를 구성·운영하고 있으며 조직별로 내부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필수업무인력 분산 근무 계획 검토 및 상황실 구축이 완료했다.

삼성증권은 사내 마련된 지침에 따라 비상대응 플랜을 운영하고 있으며 재택근무시스템 등을 통해 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준비한 상황이다. 

보험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고객들이 감염 우려로 설계사와의 만남을 꺼리면서 대면 영업은 사실상 중단됐다. 이에 업계는 비대면채널 강화에 나섰다. 

보험사들은 CM(사이버채널), TM(텔레마케팅) 등 비대면채널의 강화에 나섰다. 또 위축된 보험설계사채널 활성화를 위해, 모바일 전자서명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삼성생명·ABL생명 등 생보사와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손보사들이 모바일 전자서명을 지원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전염이 장기화로 현장에서 고객과 직접 만나는 설계사들은 영업 측면에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회사에선 비대면(전화)으로 얘기하고 핸드폰으로 서명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보험사 전체 매출에 영향이 크게 미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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