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급한 코로나 ‘SHOW통’에 꼬여버린 산업계
상태바
[기자수첩] 조급한 코로나 ‘SHOW통’에 꼬여버린 산업계
  • 이상래 기자
  • 승인 2020.02.25 14: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가 산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코로나 감염 확산이 지역사회 감염을 넘어 전국 규모로 확산되면서 산업계는 그야말로 비상이다.

‘코로나 쇼크’가 기업 활동에 치명적인 것은 직원 한명만 걸려도 직장이나 공장 전체가 멈춰서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 국내 기업은 앞 다퉈 재택근무, 시차 출퇴근제 등을 도입하는 등 코로나 확산 예방을 위해 강력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기업들이 이같은 대책을 내놓은 것이 다소 늦은 감이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이같은 대책일 내놓기 시작한 시점은 청와대가 지난 23일 코로나 위기 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올리고 난 뒤 하루 만이다.

코로나 감염이 이미 지역사회를 넘어 전국적으로 확산됐기에 기업이 좀 더 선제적으로 대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나온다. 하지만 업계 얘기를 들어보면 그들을 탓할 수도 없다.

지난주부터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어났지만 정부는 여전히 위기 경보를 ‘경계’로 유지했다. 이미 정부의 코로나 방역 시스템에 ‘구멍’이 생겼다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말이다.

물론 질병관리본부 중심으로 급격히 늘어나는 코로나 확진자 수를 발표했지만 코로나 사태 초반 컨트롤타워를 자임했던 청와대는 잠잠했다. 그렇기도 한 것이 코로나 사태가 급변하기 바로 직전에 국내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다 놓고 코로나 경제 살리기를 발표한 바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당시 직접 경제단체장과 국내 대기업 총수를 불러 모아 코로나 경제 위기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례적으로 청와대가 직접 대기업 총수들의 발언을 공개하며 적극 홍보까지 했다. 일반적으로 주요 발언이 알려지긴 하지만 이번처럼 당시 참석했던 총수들의 주요 발언을 여러 공개한 것은 참 드물다.

당시 산업계에서는 청와대가 경제 살라기에 기업인을 또 ‘병풍’처럼 세웠다는 불만이 나왔다. 대통령은 기업인들을 불러 기업경영활동의 어려움을 물었고, 기업인들은 고충을 얘기했다. 코로나 사태로 경제 위기론이 돌자 정부가 괜찮다며 안심시켰지만 시민들의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자 기업인을 앞세운 모양새다. 실제 대통령 발언을 중심에 놓고 기업인들의 발언이 주위를 둘러싸는 형태로 “이제는 경제 살리기”라는 청와대의 대(對)국민 메시지는 다듬어졌다. 청와대가 작정하고 ‘쇼(SHOW)통’을 준비했다는 말까지 나온 이유다.

이렇게 성대하게 상을 차려놓고 코로나 감염이 확산되자 청와대는 유구무언(有口無言)이었다. 기업 총수를 앞세운 청와대의 기조가 바뀌었다는 메시지는 없었다. 지난주 만난 업계 관계자에게 재택근무 등 코로나 강경 대응책이 없냐고 묻자 “정부 기조가 바뀐 것이 없는데 기업이 먼저 나서서 경제 활동을 위축시킬만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일단 정부가 뭔가 가이드라인을 내놔야 우리도 발맞춰 할 수 있지 않겠냐”고 답했다.

열흘이 지나자 청와대가 입을 열었다. 결국 23일 위기경보를 심각으로 올리자 기업의 대응책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어디로 튈 수 없는 코로나 불확실성에 산업계는 전전긍긍하게 됐다. 이미 전국으로 퍼진 탓에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란 불안감이 퍼져 나가면서 경제 활동은 당분간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