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미답의 '1.0% 금리시대' 눈 앞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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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미답의 '1.0% 금리시대' 눈 앞에 왔다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2.2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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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공포 확산 속 이주열 총재 G20 회의서 긴급 귀국
"경제지표 악화 명백해져"...27일 한은 금리인하 확실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했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긴급 귀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했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긴급 귀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연 1.0%' 기준금리 시대를 맞을 수도 있겠다.

급속도로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저울질하던 금리를 끌어내릴 변수가 됐다. 정부는 "가용수단을 총동원하겠다" 했고, 정부가 염두에 둔 가용수단의 한 축인 '금리카드'를 쥐고 있는 한국은행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시장에선 한은이 줄곧 정부에 보조를 맞춰왔다는 점에서 27일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꺼낼 거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24일 한은에 따르면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오후 코로나19 관련 긴급회의를 가졌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 중이던 이 총재는 일정을 하루 앞당겨 이날 오전 긴급히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우리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만큼 금통위를 앞두고 감염병이 경제 성장세와 금융·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불과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시장에선 "2월은 금리 동결"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지난주부터 코로나19 사태가 급속 악화됐고, 한은도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그동안 이 총재는 코로나19로 중국발 경기 둔화와 소비 타격이 예상됐지만 기준금리 인하에 내키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4일 코로나19 대책을 협의하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났을 때도 “시중 유동성을 계속 여유 있게 관리하겠다”고 했지만 “금리 인하까지 염두에 둔 발언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2015년 5월 메르스 사태가 터지자 다음 달 곧장 금리 인하에 나섰던 이 총재가 신중한 행보를 하는 데는 몇 가지 배경이 있었다. 경기 상황이 지난 연말부터 바닥을 다지고 회복 단계에 있었던 것과 현 기준금리(1.25%)가 사상 최저치인 것도 이유였다.

실제 한은은 지난해 10월 기준금리 인하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에 서 있는 상황이다. 추가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1.0% 금리시대'라는 전인미답의 길로 진입하게 된다.

일각에선 기준 금리가 이미 실질적 하한선에 다다랐다고 지적해 이번에 또 금리를 내리면 0%대 금리 직전으로 몰리는 이 총재의 운신 폭도 극도로 제한될 수 밖에 없을 거라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상황이 긴박하다. '국가 비상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정부는 추경 검토를 비롯 '특단의 대책'을 시사했고 국제통화기금(IMF)까지 한은을 향해 경기부양 차원에서 통화정책의 완화조치를 권고하고 나섰다. 

증권가를 필두로 전문가들도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말을 포함한 지난 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해 이번 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전격적인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강 연구원은 "이주열 총재가 2월 금리 인하와 선을 긋는 발언을 했으나 단기간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 급증은 금리 인하의 명분이 돼줄 것”이라며 "정부의 1분기 집중적 재정 집행 효과가 코로나19로 인해 잠식되고 있고 이는 향후 재원 부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올해 경기 전망에 상당한 하방 리스크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하고 성장률 충격도 더 커질 것으로 본다"며 "경제지표도 당초 예상보다 악화할 게 너무나 명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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