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정치 1번지...“그래도 총선 날짜 미뤄서는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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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정치 1번지...“그래도 총선 날짜 미뤄서는 안 돼”
  • 조현경 기자
  • 승인 2020.02.23 1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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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확진자 가장 많아 선거전 비상
노인 인구 많은 곳이라 더욱 큰 영향
이낙연 후보도 검사받고 ‘음성’ 판정
후보들 대면접촉 피하고 일정 중단도
골목마다 긴장감 “선거 분위기 아냐”
지난 21일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광화문광장이 코로나19로 인해 텅 빈 모습이다. 사진=박지민 기자
지난 21일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광화문광장이 코로나19로 인해 텅 빈 모습이다. 사진=박지민 기자

[매일일보 조현경 박지민 기자] 대한민국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구는 서울에서 노인 인구가 많은 곳 중 하나다. 그래서 어르신들이 모여드는 낙원상가 일대는 종로구 출마자들이면 어김없이 공을 들이는 장소다. 기자가 이곳을 찾은 21일에도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오전에 낙원동 이발관 골목 일대를 돌며 지역상인들의 표심에 구애했다. 황 대표보다 먼저 선거운동을 시작한 이낙연 전 총리는 일찌감치 이 곳 일대를 거쳐 갔다. 유명 정치인들과의 스킨십은 연세 지긋한 이곳 주민들에게 선거 때면 익숙한 일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과거와는 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이발관 골목을 찾은 황 대표는 내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주민들과 대화를 했고, 악수 대신 인사만 나눴다고 한다. 코로나19 때문이다.

비교적 기저질환이 잦은 어르신들이 많은 만큼 종로구 선거에서 코로나19는 특히나 요주의 대상이다. 게다가 서울 지역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오면서 종로구 선거에 코로나19 비상이 걸렸다. 황 대표는 낙원동을 다녀간 다음날인 22일 종로 유세 일정을 전면 취소했고, 이 전 총리도 같은 날 유세 일정을 축소해 소규모 비공개 만남만을 가졌다. 이 전 총리는 코로나19 사태가 안정기에 들어갈 때까지 대면접촉 방식의 선거운동을 피하기로 했다. 앞서 이 전 총리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종로 노인종합복지관을 방문한 일로 감염 여부 검사를 받기도 했다. 21일 나온 결과는 음성이었다.

이처럼 후보들부터 조심하고 나서자 낙원상가 상인들도 달라진 분위기를 체감하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쓴 채 손님을 맞고 있던 상인은 기자에게 “점점 확진자가 많아지는데 이렇게 나가면 아무래도 선거에 영향이 많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선거를 미뤄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 사태가 있더라도 투표는 당연히 할 것이다. 날짜가 정해졌으니 선거를 미루는 것보다 그대로 했으면 좋겠다”며 “나라가 지금 이렇게 (안 좋은 형편이) 됐는데 당연히 내 주권을 행사해 정권심판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낙원상가 일대에서 코로나19의 영향이 이제 나타나기 시작했다면 광화문 일대는 선거유세 자체가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었다. 서울시가 21일 집회금지 선언을 한 뒤 초록색의 망이 깔린 광화문 광장은 사람들이 발길이 끊겼다. 세종이야기 전시관은 지난 12일부터 임시휴관에 들어간 상태였고 경찰 병력이 세종대왕상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광장 주변 행인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어 접촉이 힘들었고, 카페 고객들도 전화 통화를 할 때는 마스크를 쓰는 모습이었다.

근처 세종문화회관도 접촉 자체를 꺼리는 모습이었다. 출입구에 열감지 카메라와 마스크를 쓴 검열관이 서 있고,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 오후 공연이 시작되기 두 시간 전까지 로비에는 마스크를 쓴 관람객 소수만이 대기하고 있을 뿐 적막감이 감돌았다. 만석 공연이라도 관람객들이 최대한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한 채 공연만 보고 바로 자리를 뜬다고 한다. 나가는 사람들은 손잡이를 직접 만지지 않고 옷소매로 잡거나 몸으로 문을 밀쳐 빠져나갔다.

광화문 인근 서촌 일대도 마찬가지다. 광화문 일대는 경복궁, 광화문광장, 통인시장 등 관광지가 밀집한 곳이다. 또한 집회와 시위가 자주 열리는 곳이라 주민들이 긴장감은 더욱 고조된 상태다. 게다가 확진자 한 명이 인근 이비인후과를 수차례 방문한 사실이 알려진 뒤 사람들의 대면접촉 기피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긴장감은 서촌 골목길 깊숙이까지 들어와 있었다. 종로구 보건소 인근 한 갤러리 관계자는 “구급차와 방역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에 어수선한 분위기”라며 “바쁜 업무로 인해 정신없이 일하는 와중에도 이런 분위기로 인해 저절로 긴장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치 1번지라고 하는데 선거에 신경 쓸 분위기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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