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 코드] 주주총회 앞둔 대기업, 국민연금 입김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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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드십 코드] 주주총회 앞둔 대기업, 국민연금 입김 ‘눈치’
  • 문수호 기자
  • 승인 2020.02.2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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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국민연금 ‘뜻하지 않은’ 캐스팅보트 역할 불가피
한진그룹 오너가와 조현아 전 부사장 모두 국민연금엔 부담
효성, 시민단체 주장 불구 국민연금 개입 여지 크지 않아
효성, 사회적 비판 불구 사회적책임‧경영실적 개선 공로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면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면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대기업의 주주총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지배주주의 사내이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주요 기업들이 국민연금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부터 스튜어드십 코드를 활용해 기업의 주주제안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30대 기업 중 17개 그룹의 지배주주 사내이사가 오는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어 국민연금 등 스튜어디십 코드에 참여하고 있는 기관투자자의 향방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산업계에서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과 조현준 효성 회장과 동생 조현상 총괄사장의 연임 안건이 주목받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오는 3월 주총 때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가 예상되지만, 온도차는 확연하다. 우선 한진그룹은 국민연금의 역할이 막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그룹은 조원태 회장의 오너 일가와 이에 반기를 든 조현아 전 부사장을 비롯한 KCGI, 반도건설의 자칭 주주연합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한진칼 지분은 조 회장측 우호지분이 델타항공(10%), 조원태(6.52%), 조현민(6.47%), 이명희(5.31%), 재단 등 특수관계인(4.15%), 카카오(1%) 등 총 33.45%로 예상되고, 조 전 부사장 측은 KCGI (17.29%), 반도건설(8.28%·의결권 유효 기준 8.2%), 조현아(6.49%) 등 31.98%로 알려졌다.

사실상 지분 차이가 없어 일반 주주들과 함께 2.9% 지분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가 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양호 전 회장의 연임을 저지한 이력이 있다. 또한 한진그룹 오너가의 사내이사 연임에 꾸준히 반대표를 던져왔다.

다만 이번의 경우 국민연금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 확신하기 어렵다. 국민연금은 지난 대한항공 주총 이후 부담을 느껴 한진그룹에서 손을 떼는 모양새였다. 실제 꾸준히 한진칼 주식을 매각하며 지분율을 줄여왔다. 그러나 양 측 세력의 규모가 팽팽하게 유지되면서 본의 아니게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됐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땅콩 회항으로 대한항공 이미지 추락의 전초 역할을 한데다 이혼소송 때도 논란이 됐던 만큼, 국민연금이 기존 논리대로 한진그룹 오너가를 문제 삼아 반대표를 던지기에는 애매한 입장이다. 특히 전문 경영인을 내세우는 방침 역시 경영 일환에 과도한 침해로 비춰질 수 있어 중립적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효성의 경우 시민단체와 민주노총 등에서 국민연금의 경영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효성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한진그룹과 달리 국민연금의 효성 지분율은 9.97%(지난해 9월 기준)로 매우 높지만, 효성 오너가의 우호지분은 54.72%에 달한다.

효성의 사내이사 연임 건에 대한 충족요건은 의결권을 가진 주주 과반수 이상 참석에 과반수 이상의 표 확보다. 사실상 국민연금이 연임에 반대표를 던질 순 있지만 영향력을 발휘하긴 어렵다.

시민단체는 조현준 회장이 회삿돈을 횡령하는 등 이사로서 자격상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조 회장은 최근 기업의 사회적책임 강화를 주도하고 있고, 어려운 산업계 시황 속에서도 3년 만에 영업이익 1조원 고지를 재탈환하는 등 경영실적에서도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 사실상 실력 행사가 어려운 국민연금이 효성에 과도한 간섭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지속 가능한 성장과 투명한 경영을 이끌어 내는 건전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과도한 경영 침해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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