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무더기 감염 지역사회 ‘초토화’
중국 ‘에어로졸’ 통해 전파 가능성 인정
정부 “경계 유지, 심각 단계 준해서 대응”
[매일일보 한종훈 기자] 국내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사이에 수십명씩 늘어나고 있다. 이에 정부의 감염병 위기 경보를 현재 경계 수준에서 격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현 경계 단계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근 들어 해외 여행이나 확진자와 접촉 없는 원인불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이 환자들과 접촉 등을 통해 무더기로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지역사회는 초비상이 걸렸다. 정부의 1차 방역 대책이 무너진 셈이다. 무엇보다 관리 불능 상태의 대규모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가 공기 중에 떠 있는 고체 또는 액체 미립자인 에어로졸을 통한 전파 가능성도 인정됐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코로나19 치료방안 제6판에서 “에어로졸을 통한 전파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에어로졸 형태로 화장실의 하수도를 거쳐 전파할 수 있다는 경고와 우려를 공식 인정한 것이다. 에어로졸 전파는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당시 홍콩의 아모이가든 아파트 집단 감염 사태의 원인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에어로졸 전파 위험을 경고해왔다.
또, 구강과 혈청뿐만 아니라 항문에서 채취한 검체에서도 검출된다는 보고도 나왔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대변을 통해 환자 주변 환경을 오염시키고 추가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로 진단받아 10일째 치료 중인 환자 15명을 대상으로 항문에서 면봉으로 검체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4명(26.7%)이 바이러스 양성으로 확인됐다.
특히 감염의 후반 단계로 갈수록 구강보다 항문에서 채취한 검체에서 양성률이 더 높았다. 일부 환자의 경우 혈청 검사에서는 바이러스가 검출됐지만, 구강 검체에서는 음성으로 나타났다. 바이러스가 지속해서 증식하는 상태에서도 구강 검체에서는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아 검사 오류가 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전파 위력 등으로 지역사회 감염이 더 퍼질 것을 우려해 의료계와 정치권에서는 감염병 위기 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격상하게 되면 정부가 휴교령, 집단행사 금지 등을 강제로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현재 경계 수준의 감염병 위기 경보를 유지하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환자가 나오자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올렸다. 이어 일주일 뒤 경계 수준으로 한 단계 더 상향 조정한 바 있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은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아직은 지역사회의 감염병 전파가 일부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현재 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현 단계와 같은 경계 유지가 맞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부본부장은 “경계 수준을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심각 수준에 준하는 상태로 감염병 대응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