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튀어’… “집값 올려놨던 투기꾼들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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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튀어’… “집값 올려놨던 투기꾼들 빠져나갔다”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0.02.19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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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제 예견하고 오산·동탄·평택 등으로 투기수요 이동
현지 공인중개소 “추격 매수 나섰던 현지 주민만 피해 볼 듯”
전문가 “조정지역 지정 시기 매번 늦어… 풍선효과 반복”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정부가 최근 집값이 급상승한 이른바 ‘수용성(수원·용인·성남)’ 지역에 대한 추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일부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지에선 규제 시행시기를 놓쳤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미 떠날 사람들은 떠났고 남은 현지 주민만 피해를 볼 그거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투기수요는 수도권 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탓에 ‘두더지 잡기’식 대처로 집값을 잡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또다시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오는 20일 발표할 예정인 조정대상지역에 수원 영통·권선·장안구 등 3개 구와 안양 만안구와 의왕시 등 경기 서남부 5곳이 포함될 것으로 관측됐다. 이번에도 과열지역만 찾아서 규제하는 ‘핀셋’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정부는 조정대상지역에서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기존 60%에서 50%로 낮추고 총부채상환비율(DTI)에 대해서는 현행 50%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투기과열지구와 같은 40% 선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규제가 예고된 해당 지역의 공인중개소 관계자 등에게 정부 발표 이후 부동산 전망에 관해 묻자 다들 손사래를 치며 “투기꾼은 떠났거나 짐을 싸고 있거나 규제를 비웃고 있다”고 귀띔했다.

수원 영통구 망포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인근 신축 아파트 단지가 불과 몇 개월 사이 수억원이 올랐다”면서 “초반 집값 상승을 이끈 핵심 투기수요는 ‘치고 빠지기식’으로 차입을 남기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거나 이동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금이 모자란 갭투자자(전세를 끼고 집을 산 사람)들만 발이 묶여 있다”면서 “이들이 집값 불안을 조장, 뒤늦게 매수에 나섰던 현지 실수요자와 무주택자만 피해를 보게 생겼다. 수원 시장 전체도 아니고 일부 단지만 급등한 건데 얼마나 현재 가격대가 유지되겠느냐”고 반문했다.

2018년 말 조정대상지역에 지정된 용인 수지·기흥구의 상황도 비슷해 보였다. 용인 수지구 신봉동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투기수요 탓에 몇몇 신축 아파트만 크게 뛰어올랐다”면서 “2000년대 초반 이 지역이 일명 ‘버블 세븐’에 속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수많은 실수요자가 피해를 봤다. 대다수 아파트는 여전히 거품이 꺼진 후 가격대에 머물러 있다”며 “최근에도 투기수요는 규제를 비웃듯 집값을 끌어올렸다. 정부가 이를 주목하면서 이제 차익을 실현하고 또 다른 먹잇감을 찾아 떠날 차례가 됐다”고 토로했다. 

수용성을 휩쓴 투기수요가 오산과 화성(동탄신도시), 평택 등으로 점차 남하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동탄신도시가 들어선 화성시의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11월 1585건에서 12월 1990건으로 증가했다. 

올해 1월 계약물량 신고분도 벌써 1848건에 달해 지난해 12월 계약 건수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오산시도 올해 1월 거래 신고 건수가 358건으로 이미 지난해 12월 307건을 넘어섰다. 동탄신도시에서는 최근 전용면적 84㎡가 첫 10억원에 실거래되기도 했다.

정부가 지속해서 ‘핀셋’, ‘뒷북’ 대책으로 일관한다면 사실상 집값 안정을 이룰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핀셋 규제는 풍선효과가 부수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다”면서 “투기수요라는 게 전국을 빠르게 이동하면서 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데 정부는 ‘필요하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큰소리만 치고 있다”고 힐난했다.

최 소장은 “최근에는 총선을 의식, 규제 방안을 놓고 당정 간 견해가 엇갈리면서 부동산시장의 혼란만 부추기고 있는 꼴이다”며 “이런 식이라면 집값 안정은 물론이고 선거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분명하고 강력한 의지를 보여할 시점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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