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국고엔 일단 ‘마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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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국고엔 일단 ‘마이너스’
  • 김경탁 기자
  • 승인 2013.03.1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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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7년 만에 첫 감소, 개소세·주세·교육세도 축소…법인세 증대는 언제쯤?
▲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관세 수입은 9조8157억원으로 전년(10조9901억원)보다 10.7%(1조1744억원) 줄었다.

[매일일보]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이 교역 증가에 도움이 됐지만 나라 곳간에는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FTA 체결국의 수입물품 대부분에 관세를 물리지 않기 때문이다.

FTA 이후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수입물가 인하 효과가 있지만, 관세와 부가가치세 등 수입 때 붙는 세금은 줄 수밖에 없다. 경제활성화를 통한 법인세수 증대 효과가 예상된다고 하지만 간접적인 세수 증대 효과가 체감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전망이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관세 수입은 9조8157억원으로 전년(10조9901억원)보다 10.7%(1조1744억원) 줄었다.

이는 2005년 이래 7년 만의 첫 감소로, 예산상 세수보다 15.5% 줄어든 수치이다.

이런 관세 수입 감소율은 0.9%에 그친 수입액 감소율(2011년 5244억달러→2012년 5196억달러)의 12배에 달했다. 수입이 제자리걸음을 했는데도 관세 수입이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인 데는 FTA의 영향이 컸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3월15일 FTA 발효 즉시 관세를 철폐한 제품 규모는 미국산 품목 수의 82%, 미국발 수입액의 70%에 달했다. 2011년 7월 유럽연합(EU)과 FTA를 발효한 데 이은 것이어서 영향은 더했다.

관세 수입을 좌우하는 요인으로는 수입액과 FTA 외에 환율, 국제유가, 할당 관세(물가안정을 위해 특정품목의 관세를 감면하는 제도)도 있다.

정부는 “관세는 수입액 증감에 영향을 받지만 수입 당시 환율을 적용해 우리 돈으로 환산한 수입 가격에 매기므로 환율 영향이 크다”며 “일반적으로 환율이 올라가면 세수가 늘고 떨어지면 준다”고 설명했지만 작년에는 환율과 유가가 세수 증가 요인이 됐는데도 관세가 급감했다.

지난해 과세환율(달러당 1139원)은 2011년(1118원)보다 21원(1.9%) 올랐다. 달러 기준 수입액이 0.9% 줄었으나 원화 기준으로는 2012년(591조8000억원)이 2011년(586조3000억원)보다 늘어난 만큼 세수는 늘어야 정상이다.

지식경제부의 수출입 분석자료를 보면 지난해 배럴당 원유 도입 단가가 평균 114.3달러로 전년보다 5.7달러 올랐고, 도입량도 2.1% 늘어나 FTA가 관세 감소에 결정적인 원인이었음을 보여준다.

관세 환급을 반영해 실제 징수한 관세액을 수입액으로 나눈 실효(실행)관세율은 추락했다. 과세환율을 적용해 2011년과 지난해 실효관세율(관세징수액/수입액)을 계산해보니 1.87%에서 1.66%로 낮아진 것으로 추정됐다. 역대 최저 수준이다.

관세연감 과거치를 보면 실효관세율은 한때 8%(1987년 7.97%)에 달했으나 1992년부터 4%대, 1998년부터는 주로 3%대, 2004년부터 2%대로 떨어졌다.

관세 감소는 관세액 등에 연동하는 개별소비세, 주세, 농어촌특별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 다양한 세금 수입도 줄인다. 물량 기준으로 과세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를 빼고는 대부분 영향을 받는다.

품목별 차이가 있지만 관세, 개소세, 주세, 교통세, 교육세, 농어촌세 등이 부과된 가격에 10%를 매기는 부가세의 영향이 가장 크다.
지난해 관세 감소분(1조1744억원)만 고려해도 부가세는 그 10%인 1174억원이 전년보다 줄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부가세는 지난해 55조7000억원이 걷혀 전년보다 3조8000억원 늘었으나, 예산상 세수(56조8000억원)보다는 1조1000억원 덜 걷혔다.

지난해 개소세는 전년보다 3.6%, 2012년 예산 대비로 11.6% 각각 줄었다. 농어촌세는 주식거래 침체 영향까지 겹쳐 전년보다 21.3%, 예산 대비로 30.4% 덜 걷혔다.

한편 국회예산정책처는 작년 10월 보고서에서 “관세 증가율은 교역량 증가에도 FTA 효과 때문에 경제성장률을 밑돌 전망”이라며, “미국, EU와 체결한 FTA로 인한 관세 감면 효과는 2013년까지 대부분 반영되고 2014년부터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당장 받아들이는 관세수입은 줄어들 수밖에 없지만 FTA가 기업 수출이나 이익 증가를 가져옴에 따른 법인세수 증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와 정치권의 기대였지만 당장 눈앞의 세수감소 앞에서 간접적 세수증대 기대는 빛이 바랠 수밖에 없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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