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M&A 잔치에도 파리 날리는 'KDB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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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M&A 잔치에도 파리 날리는 'KDB생명'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2.1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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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도전에도 매각 불투명...다른 매물에 밀려 시장 관심도 '뚝' 
눈높이 다른 인수가격 걸림돌...3월 넘기면 과징금 제재까지 받을 판
10년째 이어진 KDB생명의 새주인 찾기가 올해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사진은 KDB생명 본사 사옥. 사진=KDB생명
10년째 이어진 KDB생명의 새주인 찾기가 올해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사진은 KDB생명 본사 사옥. 사진=KDB생명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보험업계 인수합병(M&A) 시장이 뜨겁다. 더케이손해보험은 하나금융지주의 품에 안겼고, 최대어로 주목받았던 푸르덴셜생명은 인수를 희망하는 곳이 4~5곳에 달하며 흥행몰이 중이다. 그런데 보험사들의 M&A 잔치 속에도 웃지 못하는 곳이 있다. 바로 10년째 매각 시도만 반복 중인 'KDB생명'이다. 산업은행은 KDB생명을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 중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3월까지 매각이 불발될 경우 과징금까지 물어야 될 판국에 이르렀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푸르덴셜생명에 대한 매각은 순조롭게 진행중이다. IB업계에선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엔 대만계 금융그룹 푸본까지 뛰어든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예비입찰에 참가하지 않았던 우리금융지주도 푸르덴셜생명에 대한 관심을 접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상황이다. KB금융지주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 간 2파전이 예상됐던 인수전에 새로운 대결 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푸르덴셜생명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조만간 적격 인수후보 대상자(쇼트리스트)를 추려서 발표할 예정이다. 다음달중 본입찰이 진행될 거로 보인다. 푸르덴셜생명의 예상 매각가격은 2조원 안팎이다.

더케이손보의 새주인도 곧 바뀔 거로 보인다. 하나금융지주와 교직원공제회는 더케이손보에 대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조만간 체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은 현재 생보사 1곳을 보유중이지만 손보사는 가지고 있지 않고, 다른 금융지주사에 비해 은행 의존도가 높아 비금융강화가 필요한 상황에 더케이손보를 인수하게 됐다. 더케이손보가 만성적자에 시달렸음에도 새주인을 어렵지 않게 찾게 된 배경이다.

이처럼 푸르덴셜생명과 더케이손보가 순조롭게 매각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과 달리 KDB생명은 매각 성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KDB생명에 대한 산은의 매각 시도는 이번이 꼭 10년째, 횟수로는 4번째다. 지난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칸서스자산운용과 함께 KDB생명(구 금호생명) 6500억원에 인수한 뒤 2014~2016년 세 차례에 걸쳐 매각을 시도했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산은은 지난해 11월 개시한 KDB생명 매각 관련 예비입찰을 아직도 진행 중이다. 매각 대상은 KDB칸서스밸류PEF 지분 26.93%와 자회사인 특수목적법인 KDB칸서스밸류유한회사 65.80% 등 총 92.73%(8800만주)와 경영권이다.

업계에선 가뜩이나 보험업황이 악화된 가운데 보험사 매물들이 쏟아져 나온것도 KDB생명의 가치를 떨어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알짜매물 푸르덴셜이 등장한 이후 KDB생명 매각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사실상 뒷전으로 밀렸다는 평가가 높다.

여기에 최근 하나금융 품에 안긴 더케이손보 외에도 동양생명,ABL 등도 잠재적인 매물 후보로 거론된다. 이처럼 매물들이 쏟아져 나올수록 KDB생명의 마땅한 인수자 찾기는 더욱 쉽지 않은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다.

한편 이번 매각 과정에서도 역시 가장 큰 걸림돌은 인수가격에 대한 격차를 어떻게 줄이느냐 하는 것이다. 산은은 6000억~8000억원 수준의 매각가를 기대하고 있지만 예비입찰에 참여한 PEF는 2000억원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입장에서는 그동안 인수와 부실해소를 위해 KDB생명에 쏟아부은 돈만 1조원여에 달한다. 비용 회수를 감안해 매각가를 유지할 경우 또다시 매각 자체가 불발될 수 있고, 반대로 매각가를 터무니없이 낮추면 공적자금이 투입된 만큼 헐값매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한편 이번 매각 과정에서도 역시 가장 큰 걸림돌은 인수가격에 대한 격차를 어떻게 줄이느냐 하는 것이다. 

현재 중견 사모펀드(PEF) 2~3곳도 KDB생명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산은은 "보다 적절한 원매자가 나타날 때까지 마감을 미루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다름아닌 가격차이 때문이다.

산은은 6000억~8000억원 수준의 매각가를 기대하고 있지만 예비입찰에 참여한 PEF는 2000억원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걸 산은 회장이 '헐값 매각'을 극도로 경계하는 점도 남은 매각 과정의 숙제가 될 수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 회장은 "가격을 조금 더 받으려고 기다리는 것보다 원매자가 있을 때 파는 것이 시장에도 좋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또 매각에 성공할 경우 경영진에게 최대 45억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며 이례적으로 당근책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산은 입장에서는 그동안 인수와 부실해소를 위해 KDB생명에 쏟아부은 돈만 1조원 안팎에 달한다. 비용 회수를 감안해 시장의 평가보다 높은 매각가를 고수할 경우 또다시 매각 자체가 불발될 수 있고, 매각가를 터무니없이 낮추면 공적자금이 투입된 만큼 헐값매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문제는 산은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공정거래법과 금융지주회사법상 금융지주사가 아닌 사모펀드가 금융회사를 지배할 수 있는 최대 허용 한도는 10년으로, 오는 3월이면 꼭 10년이 된다. 이 기간까지 KDB생명을 매각하거나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으면 금산분리 원칙 위반으로 금융당국의 과징금 제재가 불가피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한 내 매각 절차가 완료되길 희망하고 있으며 만약 시한을 넘긴다면 그 때가서 (과징금 부과 여부 등)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금융당국의 과징금 부과 가능성과 그 규모에 대한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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