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한 철강-조선업계, 후판가격 협상 장기화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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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한 철강-조선업계, 후판가격 협상 장기화 ‘불가피’
  • 박주선 기자
  • 승인 2020.02.1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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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사, 작년 실적 부진 만회 위해 올해 상반기부터 후판가격 인상 추진 중
시황 회복 더딘 조선업계, 가격 인상 추진에 난색…협상 장기화 전망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전경.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전경.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국내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연초부터 선박용 철강재인 후판가격 협상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철강사들은 지난해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조선업계는 시황 회복이 더딘 만큼 후판 가격을 인상해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1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사들은 이달부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사들과 상반기 후판가격 협상에 돌입했다.

후판은 선박 건조에 쓰이는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판재류로, 선박 건조비용에서 후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에 달한다.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후판가격을 협상할 때마다 갈등을 겪어 왔지만, 올해는 더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지난해 주요 철강사 대부분이 어닝쇼크를 기록하면서 올해 수익성 회복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해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톤(t)당 120달러까지 급등했음에도 조선업의 업황이 나아지지 않자 사실상 후판가격을 동결했다.

그 결과 철강사들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다. 포스코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0.2% 감소한 3조8689억원을 기록했고, 현대제철은 67.7% 감소한 3313억원에 그쳤다.

이에 포스코는 지난달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콘퍼런스콜에서 “일본‧미국 등 세계적인 철강 가격 인상 추세에 맞춰 국내에서도 가격 인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후판가격 인상을 예고하기도 했다.

반면 조선사들은 후판가격 인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올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으나, 선가가 오르지 않아 실적 부담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조선업은  업종 특성상 2~3년 전 수주가 매출로 이어진다.

실제 지난해 조선 3사 가운데 한국조선해양만 흑자를 기록했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부진한 실적을 이어갔다. 특히 삼성중공업의 경우, 지난해 영업손실 6166억원, 순손실 1조1194억을 기록하며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2016년 이후 4년 만에 희망퇴직 접수 받기도 했다.

여기에 조선업계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선박 발주 자체가 줄어들 우려도 있다. 지난해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 등으로 글로벌 경제가 부진하자 전 세계 선박 발주 물량은 2529만 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로 2018년의 88.4% 수준에 그쳤다. 그 결과 국내 조선 3사는 지난해 수주 목표 달성에 모두 실패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로 조선 및 해운지표 대부분이 약세다. 각종 운임지표가 연초 대비 40%이상 폭락했고, 신조선가 지수 역시 6개월 만에 1포인트 하락했다”면서 “관련 불확실성으로 선주들도 선박 발주를 주저해 지난 1월 전세계 선박 발주량도 급감했다. 상기 이슈가 장기화된다면, 조선업종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철강사들과 상반기 후판가격을 놓고 개별 협상을 진행 중이긴 하지만, 거의 1년 내내 협상을 진행할 만큼 양측의 입장차가 크다”면서 “올해 대규모 LNG선 발주 등으로 전망이 밝은 것은 사실이지만, 선가가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후판가격이 오르면 조선사들의 부담이 크기 때문에 당장 인상안을 추진하면 곤란하다는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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