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우리는 시인 윤동주를 일본 제국주의의 압제에 저항한 독립운동가로 기억한다. 이는 글을 통한 저항이 총칼을 든 저항에 못지 않게 일제에게 위협이 됐기 때문일 것이다. 글을 통한 저항의 역사는 면면히 이어져 민주화를 이룬지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지식인들은 저항의 펜을 들고 있다. 그리고 저항에 대한 억압 역시 형태만 달라졌을 뿐 사라지지 않았다. 요새는 자칫 잘못하면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하고 극단적 마녀사냥의 제물이 되기도 한다.
최근 경향신문에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한 임미리 교수가 더불어민주당에 고발당한 일이 우리 사회와 정계를 뒤흔들고 있다. 민주당의 고발에 ‘입막음 소송’이라는 비판이 잇따랐고, 해시태그를 통해 ‘나도 고발하라’는 지식인의 저항이 시작됐다. 이에 놀란 민주당은 고발을 취하했다. 하지만 임 교수는 지도부의 공식 사과 표명을 요구했고, 다음날 민주당 지도부 모두 불편해하는 기색만 보였다. 유일하게 남인순 최고위원이 ‘임 교수 사태는 마음을 아프게 한다’는 유감성 발언이 나왔을 뿐이다.
총선을 불과 50여일 앞둔 시점에 노골적으로 자당을 콕 집어 투표하지 말라고 비판했으니 민주당으로선 임 교수에게 감정이 상할만하다. 하지만 당 대표가 나서 '죄송하다' 한마디 하지 않은 것은 너무나 옹색한 처사다. 뒤늦게 이낙연 전 총리의 사과와 이인영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한 사과가 나왔지만 논란의 불씨는 아직도 꺼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이 원내대표의 사과는 임 교수가 칼럼을 쓴 날로부터 20일이 지난 후에야 나왔다. '엎드려 절받기'라는 말은 이런 경우를 가리키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임 교수의 주장이 모두 맞다는 건 아니다. 임 교수는 촛불을 들고 광화문 광장으로 나온 시민들의 마음을, 민주주의를 향한 그날의 생생했던 기억에 대해 결과적으로 여당을 야당으로 바꾸는 것밖에 하지 못한 것 아니냐고, '죽 쒀서 개 줬다'고 했다.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의 인터뷰를 자신의 주장 합리화를 위해 왜곡해 인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옥에도 티가 있는 법이다. 그런 흠결을 이유로 저항의 펜을 꺾으려해서는 안된다. 시민민주주의의 여명기에 프랑스의 볼테르는 "당신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이 그렇게 말할 권리를 위해 싸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진정한 민주주의로 작동하게 하는 핵심 중 핵심이다. 고소고발로 저항의 펜을 꺾으려 한다면 그런 이들이 외치는 민주주의는 겉만 민주주의 모양새를 내는 가짜민주주의일 것이다. 게다가 해방 이후 70여년 이어진 '민주당'의 역사를 가진 당이 아닌가. '민주당에 민주가 없다'는 비판을 단순한 조롱으로 치부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