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꾼은 날고 있는데 정부는 계속해서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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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꾼은 날고 있는데 정부는 계속해서 걷고 있다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0.02.1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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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효과 없다더니 부랴부랴 ‘수용성’ 추가 규제 예고
‘노도강’·‘대대광’·‘부울경’ 등 지역에서도 가격 급등 중
전문가 “숨바꼭질 멈추고… 지역별 맞춤 규제 내놔야”
경기 수원시 영통구 봉영로 일대 전경. 사진=연합뉴스 제공
경기 수원시 영통구 봉영로 일대 전경.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정부와 부동산 투기세력과의 막판 추격전이 치열한 형국이다. 문제는 정부가 늘 한 발 느리다는 점이다. 투기꾼들은 정부의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전국 곳곳을 누비며 부동산 가격 급등을 부추기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후에야 대책을 내놓는 정부의 접근 방식을 수정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른다. 지역 특색을 고려해 그에 맞는 대책을 수립, 시장을 관리하다 과열 조짐이 나타나면 즉각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이다.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이날 16일 오후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비공개 고위급 정례 협의회를 열고 최근 집값이 매섭게 치솟은 ‘수용성’(수원·용인·성남) 지역 일부를 규제지역으로 지정할지에 대한 논의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수용성 지역은 이르면 내주 중으로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수용성은 이미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위한 정량요건 기준을 모두 충족한 상태다.

한국감정원과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3개월간 수용성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각각 2.73%, 2.45%, 2.4%로 같은 기간 경기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0.33%)의 1.3배인 약 0.43%를 한참 웃돈다.

세부적으로는 수원 영통구의 상승률이 5.71%로 가장 높았고 용인 수지구(4.44%), 성남 수정구(3.07%), 수원 팔달(2.73%), 성남 분당구(2.35%), 용인 기흥구(2.27%) 등이 뒤를 이었다. 기준치보다 상승률이 낮은 구는 전체 10개 구 중에서 용인 처인구(0.15%)밖에 없었다.

조정대상지역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심의를 거치고 투기과열지구는 국토부 장관이나 시·도지사가 지정할 수 있다.

조정대상지역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60%, 총부채상환비율(DTI) 50%, 청약 1순위 제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장기특별공제 배제, 분양권 전매제한 등의 규제를 받는다. 

투기과열지구의 규제는 더욱 강력하다. LTV와 DTI가 40%로 제한되고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금지, 조합원 분양권 전매제한,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 청약 시 100% 가점제 등이다. 오는 4월 말 시행될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국지적 집값 불안은 수용성만의 현상이 아니다. 정부와 국토부가 대책의 효과가 전국으로 확산할 거라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서울 외곽의 ‘노도강’(노원구·도봉구·강북구)과 ‘대대광’(대전·대구·광주),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등의 집값도 치솟고 있다.

투기꾼들은 날아다니는데 정부는 걷고 있는 셈이다. 이런 탓에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의사결정 과정을 더욱 간소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정부는 사후약방문식 대책 발표를 지양해야 한다. 쫓고 쫓기는 소모전을 이제라도 멈춰야 한다”면서 “피해를 보는 건 언제나 무주택 서민들이다. 지속가능한 안정을 위해선 전국적이고 전면적인 규제 시행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최 소장은 이어 “지역별로 시장 상황에 맞는 대책을 수립하고 지속해서 동향을 점검해야 한다”며 “조금이라도 과열 조짐이 나타나면 복잡한 과정 없이 즉각 규제에 나설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문재인 대통령은 선택을 미뤄선 안 된다. 주택 시장 안전과 경제 성장. 두 마리 토끼를 한 꺼 번에 잡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현재로서는 관계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하다 실기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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