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위 부상한 '직무급제'...금융권 전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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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위 부상한 '직무급제'...금융권 전운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2.16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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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 시작한 금융공공기관...은행권 확산 주목
호봉제 고수 비판 여론 불구...노동계 반발 거세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정부가 올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직무급제 도입 여부를 반영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금융권에도 전운이 감돈다

당장은 국책은행과 공공금융기관이 검토 대상이지만, 호봉제가 공고히 자리잡으며 '철밥통' 이미지가 강했던 민간 은행까지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노동계는 일찌감치 반발에 나서며 결사저지에 나선 모습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금융산업위원회는 오는 18일 자로 활동을 마무리한다.

경사노위 금융산업위는 지난 2018년 11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직무급제 도입 수행에 맞춰 출범한 기구다.

‘금융산업 발전과 좋은 일자리’를 위한 공감대를 토대로, 성과와 관계없이 호봉을 토대로 임금을 산정하는 금융사의 임금체계를 개선하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해왔다. 최근에는 직무급제를 골자로 하는 임금 체계 개편안을 금융권에 권고하기도 했다.

금융산업위 조사 결과 국내 14개 시중은행 가운데 일박 직원을 기준으로 연봉제를 채택한 곳은 1곳뿐이다. 6곳은 급과 관계없이 근무 경력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는 단일호봉제, 7곳은 직무의 난이도나 책임 정도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는 직급별 호봉제를 택하고 있다.

단일호봉제와 직급별 호봉제 모두 개인 실적이 좋지 않아도 근속 기간이 쌓이거나 기간에 따라 직위가 상승하면 연봉이 오른다. 이른바 '억대 철밥통'이 늘어날 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말 기준 연봉 1억원 이상 은행원은 30.1%를 기록했다.

금융권 밖의 비판 여론이 계속됐고 지난 2016년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연봉제 도입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금융노조 등 노동계의 강한 반발로 모두 무산됐다. 당시 IBK기업은행은 이사회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하는 단계까지 갔으나, 의결 직후 노조가 제기한 성과연봉제 도입 무효소송에서 패소해 호봉제 폐지는 결국 없던 일로 돌아갔다.

18일 활동을 마무리하는 금융산업위도 지난달 6일 직무기반 임금체계 도입과 관련 노사 양측의 요구 사안을 수용한 합의문 초안을 마련하고 논의를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소득은 없었다.

오는 18일 활동 종료를 앞두고 있는 금융산업위는 더 이상 임금체계 개편에 노사 합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 권고안도 만들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직무급제 도입과 관련된 논의는 계속될 전망이다. 금융산업위원회 관계자는 "고령화 시대가 됐고, 정년연장이 전 산업의 핵심 이슈인데 호봉제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며 “개선을 위한 논의는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의 방문규 행장이 먼저 직무급제 도입 논의를 시사했고, 수은 외에 다른 금융공기업들도 경직적인 임금 체계로 인해 생산성 저하, 인건비 부담 등의 문제점을 갖고 있는만큼 직무급제 도입을 위한 선제적 논의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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