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따기' 된 목돈 마련...있는 보험 깨고 보험회사에 돈 빌리고
상태바
'별 따기' 된 목돈 마련...있는 보험 깨고 보험회사에 돈 빌리고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2.13 15: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화된 대출규제 속 가계부담 덜기 위한 보험해약 속출
작년 해지환급금·보험약관대출 규모 역대 최대치 기록
팍팍해진 가계 살림 탓에 보험해지 환급금과 보험약관대출을 통해 급전을 마련하는 서민들이 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팍팍해진 가계 살림 탓에 보험해지 환급금과 보험약관대출을 통해 급전을 마련하는 서민들이 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팍팍해진 가계 살림에 신음하는 소비자들이 '보험'을 수단으로 한 자금 마련에 나서고 있다. 강화된 대출 규제로 목돈 마련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됐고 '보험'을 깨거나 보험사 대출을 통해 급전 마련에 나서는 것이다.

'보험해지'를 통한 환급금을 목돈 마련의 방편으로 삼는가하면, 보험을 해지하지 않는 소비자들의 경우 '해지환급금'을 담보로한 '보험약관대출'으로 손을 뻗치고 있다.

문제는 보험상품 특성상 무턱대고 해지할 경우엔 은행권 예·적금 이자 감소분보다 금전적인 손해가 훨씬 더 심각하다는 점이다. 특히, 무보험 상태에서 건강 악화 등 위험이 발생할 경우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보험약관대출 역시 금융당국이 보험약관대출 가산금리 점검에 나서며 문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무턱대고 해지 말고 신중해야 

전문가들은 보험료가 부담되거나 목돈이 필요할 땐 보험 계약을 바로 해지하지 말고 △감액제도 △특약 해지제도 △자동대출 납입제도 △납입 일시중지(납입유예) 제도 등 다양한 서비스와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득이 하게 보험계약을 파기해야 하는 경우 '특약 해지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제도는 비중이 적거나 중복되는 특약을 줄여 보험료를 낮추는 것. 비용 대비 꼭 필요한 특약을 중심으로 보험계약을 재설계 하는 콘셉트다.

또 해약환금금 이내에서 보험계약 대출을 받아 보험료를 납입하는 '자동대출 납입제도'도 활용할 만 하다. 이 경우 대출이기 때문에 이자가 발생하는 단점은 있다.

보험료 납입을 잠시 중지해야 할 상황이 발생하면 '납입 일시중지(납입유예) 제도'를 이용하자. 1회 신청 시 1년까지, 보험료 납입기간 중 최대 3회까지 이용할 수 있다. 납입유예기간 중 보험계약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사업비는 매월 차감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보험 해약에도 우선 순위가 있다는 점이다.

먼저 변액보험과 저축성 보험 등 투자형 보험부터 해지하고, 질병 등에 대비한 실손보험이나 암보험 등은 최대한 해약을 늦추는 게 좋다. 저축성 보험의 경우 이자율과 보험가입 시기도 중도해약 시 고려해야 한다. 이자율이 낮은 보험부터 해약해야 하고 이자율이 비슷하다면 오래 묵은 상품부터 접는 게 좋다. 보험 가입일로부터 7년이 지나면 중도해약에 따른 손해가 거의 없으며, 만기에 가까우면 약간의 나머지 이자만 손해보면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비과세 저축성 보험이 여러 개 있다면 추가납입 한도가 많은 상품을 나중에 해약하는 게 이득이다.

◆보험약관대출 눈 돌리는 서민들

불황형 대출로 알려진 보험약관대출 규모도 지난해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이어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돈을 빌릴 곳이 없어진 탓에 보험약관대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최근 금융감독원이 보험사의 약관대출 가산금리 산정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있어 연말 보험약관대출 증가폭이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생명보험사 보험약관대출금 규모는 47조41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6조290억원 대비 1조126억원(2.2%) 늘었다. 이같은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졌다면 지난해 연간 기록인 47조3976억원을 돌파해 다시 사상 최대치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약관대출은 고객이 가입한 보험을 해약하면 돌려받을 수 있는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보험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해지환급금의 50~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보험약관대출이 급격히 늘어난 것을 경기 악화의 신호로 해석한다.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돈을 빌릴 경우 제때 돈을 갚지 못하면 보험계약이 해지돼 상당한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경기 악화로 당장 목돈을 구하기 어려워지거나 매월 납부하는 보험료에 부담을 느낀 사람이 많아져 손해를 감수하고 돈을 빌린다는 시각에서다.

실제 보험약관대출 증가는 경기 불황과 항상 맞물렸다. 보험약관대출 규모는 2004회계연도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한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7~2008회계연도에 5조917억원 늘어나며 30조원을 돌파했다. 아울러 지난해에도 2조7456억원 순증해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만큼 증가폭이 컸다.

지난해 단행된 대출 규제 강화와도 연관이 깊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지난해 '9·13 주택시장 안정 종합대책'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연달아 도입해 대출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그러나 보험약관대출은 DSR 등 규제에 관계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어 다른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한계 차주 등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험약관대출이 급증하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 기세다.  금감원은 생보사를 대상으로 보험약관대출 현황과 가산금리 등에 대한 세부적인 자료를 요청해 이를 점검하고 있다. 금감원은 특히 가산금리 산정에서 불합리한 점이 없는지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점검 탓에 연말 보험약관대출 규모가 예년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감원이 주시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굳이 보험약관대출 규모를 크게 늘렸다가 나중에 제도 개선의 직격타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가계 살림이 어려워질 때 보험 해지와 보험약관대출가 함께 늘어났다"며 "보험은 해약하면 원금도 제대로 못 받고 보장도 사라져 손해라는 것은 알지만 경기 침체 장기화로 서민들이 보험 해약을 불가피하게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