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해진 살림에 보험해약 사상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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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해진 살림에 보험해약 사상최대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2.1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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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월평균 환급금 '3조' 달해...역대최대 
'최후의 보루' 보험이 급전 마련 수단으로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불황이 길어지면서 생활자금을 마련하느라 보험을 중간에 깨는 가입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해약환급금 규모가 생명보험, 손해보험을 합쳐 월평균 3조원을 크게 웃도는 상황이다. 

13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중 가입자의 중도해약으로 내준 해약환급금이 24조원을 넘어섰다.

생보업계는 지난해 1~10월 중 22조원의 해약환급금을 기록했는데 11월 한 달새 2조4000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 보험 해약환급금은 2018년 25조8134억원을 뛰어넘어 연간 규모로 사상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보험 중도해약 건수도 지난해 월평균 46만건에 달했다. 전년도 월평균 41만7000건에 비해 10% 이상 증가했다. 보험중도해약건수는 지난해 550만건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손해보험업계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3분기까지 주요 손보사가 지급한 장기해약환급금은 9조6412억원으로 집계됐다. 분기별로 3조2000억원 가량 늘어나는 추세로 월평균으로 따지면 1조원을 넘어선다.

보험은 금융상품 중에서도 ‘최후의 보루’로 여겨진다. 하지만 불경기에 매달 내야 하는 고액의 보험료가 부담스러워 보험을 해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가계가 보험료에 대한 부담감을 점점 크게 느끼고 있다는 점은 생명보험협회가 3년마다 실시하는 ‘생명보험 성향조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다. 지난해 전국 2000가구를 상대로 벌인 조사에서 지출 가능한 최대 보험료는 월평균 42만3000원으로, 2012년의 49만원보다 13.7% 하락했다. 응답자들이 답한 지출 가능 최대 보험료는 2000년 30만4000원으로 집계된 이후 줄곧 증가하다 지난해 처음 떨어졌다.

또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생명보험을 해약한 소비자 중 44%가 경제적 어려움 등 '경제적 사정'으로 보험을 해약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생활이 쪼들려 보험을 깨는데 정작 해약환급금은 납입금의 평균 70% 정도를 돌려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해약 전 납입보험료가 평균 581만3000원이었던 반면 해약 후 환급금은 405만9000원 정도에 그친 것이다. 손해를 감수할만큼 가계 사정이 팍팍해졌다는 의미다.

해약자들의 보험 유지 기간은 평균 5.05년이었고 1인당 평균 1.4건의 보험을 해약했다. 해약한 보험상품은 질병보험이 27.2%로 가장 많았고 이어 사망보험(25.2%), 저축성보험(21.6%), 변액보험(20.4%) 등 순이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총 계약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어 해지환급금 증가의 배경을 가계 살림의 어려움 탓으로만 규정하기 어렵지만 간접적 지표상 가계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큰 건 맞다”고 설명했다.

한편 보험업계는 이중고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보험약관대출에 대한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압박에 따라 가산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보험약관대출 금리는 판매 보험상품의 예정이율에 가입자의 신용도 등을 고려한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되는데 가산금리가 높다는 지적에 따라 가산금리 인하에 나선 것이다.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약관대출은 지난해 9월말 기준 47조416억원으로 2018년 같은기간 46조290억원 대비 1조126억원(2.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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