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내기분양 나선 건설사들… 2007년 후폭풍 되풀이 되나
상태바
밀어내기분양 나선 건설사들… 2007년 후폭풍 되풀이 되나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0.02.13 15: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월부터 4월까지 상한제 피하기 위해 정비사업 물량 쏟아저
경쟁률 낮아지고 시세차익 기대감 높아 대기자 몰릴 가능성 커
전문가 "분양 물량 대부분 15억원 넘어 대출 규제 받을 것"
"막연한 기대감으로 청약 넣었다가 잔금 마련 못하면 큰 손해"
지난해 8월 철거공사가 한창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건설사들이 오는 4월 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피하고자 ‘밀어내기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2007년 처음으로 민간택지에 상한제가 적용됐던 상황과 흡사하다. 당시 많은 부작용이 발생했던 탓에 부동산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3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상한제를 피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분양이 가세하면서 수도권(서울·경기·인천) 분양 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배(2만6955가구→5만1936가구) 늘어날 전망이다.

세부적으로 이달 1만876가구, 3월 2만661가구, 4월 2만399가구의 분양 물량이 예정되어 있다. 지난해보다 각각 104.6%, 167.4%, 46.5%씩 상승, 내달 분양 물량 증가가 가장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 물량이 가파르게 늘어난 이유는 상한제 영향이 가장 크게 미치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물량이 급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5734가구에서 올해 3만2813가구로 6배가량이나 급증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1만9032가구, 경기 1만2372가구, 인천 1409가구 순이다. 

특히 서울에선 국내 최대 재건축으로 꼽히는 둔촌주공을 비롯해 흑석3구역 자이, 힐스테이트세운 등 굵직굵직한 분양이 이어질 예정이다. 인기 단지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아져 많은 대기 수요자가 청약시장으로 몰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기대보다는 우려를 표했다. 2007년 청약 광풍이 휘몰아쳤던 데다 입주 시점인 2009년 이후부터 미분양 급증에 따른 집값 급락과 입주 대란 등 여러 후유증을 겪었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늘어난 분양 물량으로 경쟁이 분산되면서 상대적으로 청약 가점이 낮은 수요자들도 청약시장에 대거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문제는 분양가가 대부분 15억원을 넘겨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함 랩장은 “확실한 대출 계획 없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청약을 넣었다가 당첨된다면 중도금과 잔금을 내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렇게 되면 개인은 물론이고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2007년 대출을 받아 무리하게 집을 산 많은 수요자가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하우스푸어로 전락했다”면서 “현재도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 청약을 신중히 고려해 보라”고 당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