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책임 없는 도시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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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책임 없는 도시괴담
  • 신승엽 기자
  • 승인 2020.02.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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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지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발생 당시 온라인에 올라온 한 사진이 화제로 떠올랐다. 한 편의점에서 JTI코리아가 제조한 ‘카멜’이라는 담배를 판매하지 않는다고 기록한 종이를 담배 진열장에 배치한 사진이다. 카멜은 낙타라는 뜻으로 번역된다. 

메르스는 박쥐가 가진 바이러스가 낙타에게 전염되고, 해당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근원은 박쥐에게 존재하지만, 인간에게 바이러스를 직접 전달한 낙타가 바이러스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국내에서는 186명이 감염됐고, 38명이 사망했다. 

이러한 발병루트를 가졌음에 불구하고 메르스의 원인으로 낙타가 지목된 파장은 컸다. 카멜에는 낙타 그림이 삽입된 형태로 판매됐다. 해당 그림과 브랜드명은 소비자 사이에서 도시괴담을 불러왔다. 지난 1913년 출시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심지어 제조국은 발병지인 중동과 관계없는 유럽이었다. 소비자들은 낙타 그림이 삽입됐다는 이유로, 이 제품을 사용할 경우 메르스에 감염된다는 낭설을 퍼트렸다. 

메르스에 이어 신종 코로나가 전 세계적인 재난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0일을 기준으로 중앙방역대책본부는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추가 확인된 환자가 없어 국내 확진자 27명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확진자 중 3명이 완치돼 퇴원했고, 현재 24명이 격리병상에서 치료 중이다.

신종 코로나 파장은 산업계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 새로운 도시괴담의 피해자가 떠오르고 있다. 외국산 맥주 ‘코로나’가 그 주인공이다. 신종 코로나와 코로나 맥주는 전혀 관계가 없다. 다만 알파벳 표기가 같고 ‘왕관’이라는 뜻이 동일하다. 이에 각종 SNS에는 ‘신종 코로나 때문에 코로나맥주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코로나 사측의 계정은 아니지만, 신종 코로나 관련 문의가 빗발치자 트위터에 ‘모두 바이러스 관련 질문을 중단해달라(Everyone stop fuxxing asking us about the virus)’는 글이 게재될 만큼 파장이 컸다. 이를 두고 일부 외신에서는 팩트체크에 나서는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재난 뒤에 도시괴담이 따라오는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정보의 비대칭 때문이다. 언론을 포함한 미디어에서는 이러한 근거도 없는 주장에 휘둘려 보도하지 않는다. 하지만 블로그를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장난삼아 시작된 글은 사실인 것처럼 부풀려 세간에 퍼진다. 

정보를 이용하는 것은 당연한 시대의 흐름이다. 하지만 근거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글과 영상들로 거짓 정보를 공유하면 피해자는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기 마련이다. 정보를 제공할 때는 책임감이 필요하다.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거짓 정보 제공자들의 책임감 있는 시민의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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