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우한 폐렴에 얼어붙은 대학가…"개미 한 마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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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우한 폐렴에 얼어붙은 대학가…"개미 한 마리 없다"
  • 이재빈 기자
  • 승인 2020.02.09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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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대학 개강 연기 발표 잇달아
"발표 안한 대학도 연기 준비 중"
7일 촬영한 건국대 서울캠퍼스 전경. 인근 상인들은 아무리 방학이라지만 손님이 너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이재빈 기자

[매일일보 이재빈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공포가 엄습한 2월의 대학가는 쥐죽은 듯 고요했다. 인근 상인들은 개미 한 마리도 얼씬거리지 않는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7일 오후 방문한 건국대 서울캠퍼스는 한산했다. 방학임을 감안해도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거리에는 이따금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지나다닐 뿐이었다. 이날 오후는 전날에 비해 날씨가 많이 풀려 산책하기 제법 괜찮았다. 하지만 평소 지역 주민도 산책코스로 자주 애용한다는 '건대 호수' 주변에도 행인이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건대 후문에서 분식집을 운영 중인 A씨는 "방학 때 평소보다 손님이 적은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올 겨울은 정말 한 명도 없는 수준"이라며 "상인들 사이에서는 우한폐렴에 걸리지 않아도 상권 침체 때문에 다 죽게 생겼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고 귀띔했다.

건대는 지난 4일 학위수여식 연기, 입학식 취소, 중국 방문학생 기숙사 별도 배정 등의 조치를 발표한 데 이어 개강 연기도 고려 중이다. 건대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들도 이미 개강 연기를 결정했거나 개강 연기 발표를 준비 중이다. 숙명여대와 성균관대 등은 1주, 연세대와 이화여대, 한국외대, 한양대, 세종대, 동국대 등은 2주씩 개강 연기를 결정했다. 서울대와 고려대, 명지대 등 아직 개강 연기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대학들도 조만간 개강 연기 여부를 결정한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각 대학들의 개강 연기 행보에는 교육부의 개강연기 권고가 영향을 미쳤다. 교육부는 지난 5일 대학에 4주 이내 개강연기를 권고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우한 폐렴 공포가 만연해 있고 교육부 권고까지 나온 상황에서 개강을 강행할 수는 없다"며 "아직 발표를 하지 않은 대학들도 사실상 개강 연기 발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거의 모든 대학이 개강 연기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개강 연기 행렬에는 최근 부쩍 늘어난 외국인 유학생 수도 한몫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달 3일 기준으로 최근 14일 이내에 중국에서 입국한 외국인 유학생 수는 9582명이다. 또 지난해 기준 한국 고등교육기관의 전체 외국인유학생 16만165명 중 중국인 유학생 수는 전체의 44.4%에 달하는 7만1067명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학령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각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혈안돼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최근에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보는 학생들의 시선도 곱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건국대 4학년 A씨는 "요 몇 년 사이 강의실에 중국인 유학생 수가 급증했다"며 "개강하면 그들과 함께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기침이라도 하는 날에는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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