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의선 부회장의 미래 전략, 현대제철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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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정의선 부회장의 미래 전략, 현대제철은 어디에?
  • 문수호 기자
  • 승인 2020.02.03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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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2010년 현대제철 1고로에 화입을 하는 모습. 사진=현대제철 제공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2010년 현대제철 1고로에 화입을 하는 모습. 사진=현대제철 제공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필두로 미래 사업에 본격 투자하고 있다. 화두는 모빌리티다. 정의선 부회장의 최근 행보는 대부분 미래 모빌리티 사업과 관련돼 있다.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 공유경제 등 투자 행보가 모두 미래 모빌리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룹 내 미래전략도 당연히 현대자동차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자동차부품 협력회사가 많은 만큼 이들도 미래 모빌리티 기업을 표방하며 변화 트렌드에 발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멈춰버린 계열사도 있다. 현대제철이 그러하다.

현대제철은 사실 정몽구 회장의 피와 땀이 모인 결실이다. 그만큼 정몽구 회장이 애정을 보인 기업이기도 하다. 세계 10위권의 일관제철소를 손수 이룬 만큼 애착이 없을 수가 없다.

현대제철은 지난 2010년 1월 5일 제 1고로(연산 400만t)의 화입식을 가졌다. 같은 해 11월 23일 2고로(연산 400만t)의 화입식이 있었고, 3년 뒤 2013년 9월13일 제3고로(연산 400만t)의 화입식이 진행됐다. 기존 전기로와 함께 2400만t 체제를 갖추면서 명실상부 세계 10위권의 철강기업으로 우뚝 서게 됐다.

모든 기업이 그러하듯이 창업주의 사업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다. 그러나 오너 2세와 3세로 넘어가면서 이러한 열정은 식기 마련이다. 이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대기업의 경우 규모의 차이로 있겠지만, 많은 사업군을 가진 경우 편차가 나타날 수 있다.

중소기업의 예를 들면, 연간 매출 5000억원이 넘는 중소 철강회사들도 오너 2세로 넘어가면서 매각하거나 사업을 정리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영업이익률이 1~2%대에 불과한 데다 많은 회사원을 이끌어야 하는 수고를 할 바에야 회사를 팔고, 그 돈으로 호화로운 삶을 영위하겠다는 뜻이다.

물론 대기업의 경우 승계를 위해 목숨 거는 경우가 다반사겠지만, 자신이 이룬 결실이 아닌 경우 그만큼 애정과 애착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대차그룹이 자동차 기업으로 대표되는 것이 사실이고, 미래 자동차로 전환되는 중요한 시기에 놓인 것도 분명하다. 미래 자동차 분야를 선도하기 위한 집중 투자는 정의선 부회장이 그룹의 미래를 위해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핵심 사업이다.

그러나 현대제철이 이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정의선 부회장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현대제철은 현대차그룹의 미래 사업과 관련한 투자계획을 아직까지 밝히지 않고 있다. 단지 수소차에 사용되는 금속분리막 생산을 형식적으로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 2012년 처음으로 현대제철의 사내이사에 올랐다. 당시만 해도 건설을 제외한 자동차와 철강 부문의 사내이사에 오르면서 그룹 전체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시너지 창출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정의선 부회장 체제의 현대차그룹에 현대제철은 눈에 띄지 않는다.

철강은 미래 자동차 산업에서 여전히 경량화라는 중책을 담당할 첨단소재 부문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비록 현대차그룹 내에서는 강판 공급에 주력하는 계열사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전세계 10위권의 일관제철소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과거 포스코가 현대자동차에 자동차강판 공급을 끊었을 때, 정몽구 회장은 소재 공급의 단절은 두고 볼 수 없다며, 고로 도입을 추진하며 현재의 현대제철을 완성했다.

정몽구 회장의 뚝심으로 이룩한 현대제철이 그룹의 새로운 미래 전략 추진에 위상이 흔들리지는 않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15년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주가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부디 현대차의 그늘에서 벗어나 새롭게 거듭나는 현대제철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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