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봉쇄 이후 열흘] 국내 방역부터 외교 대응까지 총체적 난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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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봉쇄 이후 열흘] 국내 방역부터 외교 대응까지 총체적 난맥
  • 김나현 기자
  • 승인 2020.02.02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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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봉쇄 닷새만 전수조사...열흘만 부분 입국금지
늑장대응에 컨트롤타워 혼선...외교 대응까지 부실

[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우한 봉쇄'로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중대국면으로 들어선 지 열흘만에야 정부가 우한이 속한 후베이성 방문자에 국한해 입국금지 결정을 내렸다. 앞서 정부는 봉쇄 닷새만에야 우한발 입국자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초기 대응이 핵심인 감염병 사태에서 안일한 늑장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국내 방역작업에서도 컨트롤타워 혼선 등 난맥상을 보였고, 외교적 대응마저 부실투성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우한 봉쇄에 닷새 지나 전수조사 개시

중국 당국은 지난 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원지인 우한시를 긴급 봉쇄하는 대응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우한발 항공편과 기차, 장거리 버스 운영이 잠정 중단되는 등 고강도 조치가 단행됐지만 이미 실기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우한에서 춘제(중국의 설) 대이동으로 봉쇄 전에 500만명이 국내외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실제 우한시장은 초기 대응 잘못을 사죄하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 당국의 봉쇄 자체가 이미 늦었다는 평가가 나왔음에도 우리 정부의 대응은 안일하기만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설 연휴 중 "과도한 불안감"을 자제해 달라는 메시지를 냈고, 연휴 마지막날에 가서야 우한발 입국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다음날인 28일부터 전수조사가 시작됐다. 전수조사보다 더욱 중요한 입국 제한 조치는 없었다. 우한 봉쇄로 우한 이외 지역을 통한 감염자의 입국이 우려되는 상황이었지만 1대 1 체온 측정 등의 집중 검역은 우한발 직항 항공편에 대해서만 이뤄졌다.

전수조사 역시 우한 경유자는 제외됐다. 국내 5번 확진자는 우한을 경유, 봉쇄 당일 밤 칭다오를 통해 입국했다. 정부의 초기대응이 구멍났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였다. 현재 전수조사 대상자로 분류된 2991명 중 내국인 50여명은 연락이 닿지 않고 있으며, 300여명의 외국인은 소재 파악이 안되고 있다. 이미 바이러스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된 상황이라 중국 전역을 대상으로 한 입국자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태. 하지만 정부는 이를 실행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메르스 교훈에도 ‘컨트롤 타워’ 논란 반복

감염 확대 차단의 대응 과정에서 정부 내 컨트롤타워가 혼선을 빚는 모습도 나타났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부족한 소통 속에서 딴 목소리를 내며 국민 신뢰를 잃은 바 있다. 외교당국과 보건당국은 우한시에 전세기를 투입해 교민을 국내로 데려오는 과정에서 하루새 서로 다른 태도를 보였다. 외교부는 지난달 28일 이들의 수송계획과 검역 절차 등을 설명하며 37.5도 이상 발열 등의 의심 증상자는 전세기에 탑승할 수 없다는 내용을 탑승 신청객에게 사전 안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종코로나 감염증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하루만에 “유증상자도 함께 데려오겠다”고 말해 혼선을 빚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간 엇박자도 나왔다. 지난달 28일 경기도 평택시는 국내 네 번째 신종코로나 확진환자의 접촉자 수를 놓고 평택시는 96명이라고 발표했지만, 3시간 후 질병관리본부는 172명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개학 연기를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교육부와 국무총리실은 곧바로 “연기 검토는 없다”고 바로잡은 사례도 있다.

▮소통부재, 불통행정 논란도 여전히

문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서 투명한 정보공개를 특히 강조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책 종합점검 회의’에서 “정부가 가장 정확한 정보를 가장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다”라며 “국민의 일상생활이 위축되거나 불필요한 오해와 억측이 생기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정보를 투명하고, 신속하게 공개하기 바란다”고 했다.

지난 박근혜 정부에선 메르스 첫 환자가 발생한 후 환자가 방문한 병원 이름을 공개하지 않다가 혼란을 키운 바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신속한 정보 제공’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병원과 감염자 이동 등 메르스 사태 당시 논란이 된 부분의 정보에만 초점을 맞춰 근본적인 투명행정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여전히 나온다.

▮대중 마스크 지원서 국내 수요 고려 없어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중인 중국에 총 500만달러 상당의 긴급지원을 하기로 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정부는 민관 협력을 통해 마스크 200만장, 의료용 마스크 100만장, 방호복·보호경 각 10만개 등 의료구호 물품을 지원한다. 이 과정에서 국내 수요 등 시장상황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 자유한국당 김성원 대변인은 “지금 우리나라에서 파는 마스크를 중국인들이 사재기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연일 나오고, 우리 국민들은 마스크와 손세정제를 구할 수 없어서 난리”라며 “초중고 개학시즌을 맞은 학교 앞에서 미처 마스크를 가져오지 못한 학생에게 마스크를 씌어주는 생활밀착형 방역대책이 먼저 아닌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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