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걷던 사람 쓰러지고 치사율은 사스에 10배’…병보다 무서운 코로나 ‘가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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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걷던 사람 쓰러지고 치사율은 사스에 10배’…병보다 무서운 코로나 ‘가짜뉴스’
  • 김동명 기자
  • 승인 2020.01.30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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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폐렴 공포 이용해 자극적인 내용 대량 유포
언론·국가기관 마크 사용해 그럴싸하게 가공돼
중국인 혐오 기반한 가짜뉴스 사회적 문제 야기

[매일일보 김동명 기자] 신종 코로나가 중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된 가운데, 질병과 관련된 확인되지 않은 ‘괴담’으로 인해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30일 정부까지 직접 나서 가짜뉴스 생성과 유포에 대해 경고했지만 수많은 SNS(사화적관계망) 경로를 통해 근거 없는 정보들이 대량으로 유통되고 있다. 지난 28일에는 인터넷 맘카페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등에서 ‘수원의 한 고등학교에서 다섯 번째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문이 확산돼 보건소와 특정 고등학교에 지역 시민들의 확인 전화가 빗발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SBS 뉴스 속보로 작성된 페이지에는 “보충수업 도중 쓰러진 학생을 근처 성빈센트병원으로 데려가 바이러스 검사를 받았다”며 “학생의 학교인 유신고등학교는 현재 바이러스 검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 뉴스는 방송사를 사칭한 가짜 뉴스로 밝혀졌다. SBS 측은 당일 오후 가짜 뉴스에 대한 유포 경위를 파악하고 가짜 뉴스가 확산할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공지했다.

같은 날 울산에서도 우한 폐렴 의심 증상자가 발생했다는 소문이 SNS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퍼졌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관할 보건소가 최초 유포자를 경찰에 수사 의뢰하겠다고 공표한 상태다.

중국어로 된 기사들 역시 인터넷 번역 프로그램을 거쳐 오역된 내용 그대로 유포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중국의 한 언론이 홍콩 대학의 바이러스 전문가라고 소개한 교수의 인터뷰가 와전된 사례도 존재한다. 해당 교수는 “춘절 연휴를 거치며 통제 불가능하게 됐다”고 지적하며 “신종 코로나의 경우 슈퍼 전파자를 찾을 수 없으며, 수산물 시장 등 진원지를 이미 중국 정부가 폐쇄해 원인을 알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내용이 번역기를 거쳐 ‘중국 정부가 오래전부터 의도적으로 감염 전문의들을 박대해왔다’로 오역되고 ‘사스의 10배가 넘는 10만명의 확진자가 있다’, ‘치사율이 10배가 넘는다’ 등으로 와전됐다. 문제는 원본기사를 첨부해 오역된 한국어 해석을 첨부시켜 그럴싸하게 가공된 사진들이 유포되면서 대중을 현혹시킨다는 점이다.

‘우한 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유출’ 됐다는 소문도 외신 보도를 통해 우한 연구소가 진술한 ‘중국인 유학생이 연휴를 끝으로 해외로 복귀할 경유 바이러스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번역기를 통해 와전된 가짜뉴스다.

최근 유튜브 사용이 늘고 있는 실버세대 사이에서는 사이비 면역요법이 전파되고 있다. ‘껍질 벗긴 마늘 6쪽에 종이컵 7컵 정도의 물을 붓고 5분간 커피처럼 끓여서 1일 3회씩 일주일간 복용하면 코로나 면역이 생긴다’는 등의 레시피가 등장했다. 코밑에 안티푸라민을 바르면 세균이 들어오지 못한다는 ‘안티푸라민 요법’과 참기름이나 피마자기름으로 가글하면 면역이 높아진다는 ‘기름 요법’도 돌고 있다. 이들 모두 과학적 근거가 없는 가짜뉴스다.

중국인 혐오를 조성하는 가짜뉴스도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다. 현재 유통 중인 선동형 혐오 가짜뉴스는 대부분 중국은 신뢰할 수 없는 나라라는 인식을 바탕에 두고 자극적인 묘사를 더해 공포를 전파하고 있다. ‘중국인은 코알라 생고기로 먹고, 심지어 태아까지 먹는다’는 내용과 ‘중국인 주변으로 가면 옷에 묻은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는 등의 소문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우한 폐렴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지칭하기를 촉구하면서, 특정지역과 민족에 대한 혐오와 불신이 생기지 않도록 적극 주의해 달라고 권고한 바 있다.

경찰은 우한 폐렴 관련 가짜뉴스 및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것을 선언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허위로 유포되는 내용에 명예훼손 등 범죄 혐의가 성립되는 내용이 포함된다면 기본적으로 수사에 나서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사회 혼란 야기 정보는 단지 온라인 공간에서의 그치지 않고 오프라인 공간으로 이어질 우려가 매우 높다는 점에서 인터넷 이용자와 운영자의 자율적인 자정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담당업무 : 제약·바이오, 병·의원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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