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나몰라라… ‘무상보육’ 또 끊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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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나몰라라… ‘무상보육’ 또 끊기나
  • 고수정 기자
  • 승인 2013.03.0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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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보조율 인상 법안 4개월째 계류… 이르면 5월부터 올스톱

▲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중구 묵정동 제일병원 신생아실에서 가족들이 신생아를 바라보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25일 지난해 합계출산율을 1.30명으로 추산해 우리나라가 11년만에 초저출산국에서 탈출한 것으로 전망했다. <연합뉴스>
[매일일보]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부각 시켰던 대선 공약 중 하나인 ‘무상보육’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부족과 이를 외면하고 있는 국회에 의해 5월 또 한 번 중단 위기를 맞을 예정이다.

영유아 보육 사업에 대한 지자체 예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국고 보조율을 인상하는 법률안이 작년 11월 말 국회 지방재정특위의 지방재정심사소위원회를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했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대로 국회 법사위에서 4개월째 계류 중이다.

국회가 법안 처리를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자체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사위는 4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 안건을 재심의할 예정이지만 여야 간 이견이 커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이번 재심의도 통과하지 못하면 지자체들이 무상보육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지 못해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강조했던 대통령의 공약 이행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대선기간 여야는 0~5세 아동의 보육료·유아학비·양육수당 지급을 전 계층으로 확대해 ‘무상보육’을 실현한다는 공약을 앞 다퉈 내세웠다.

작년까지는 소득 상위 30% 가정의 3~4세 어린이의 경우 보육료가, 전 소득계층 중 3~5세 자녀와 차상위계층 이상(소득 상위 85%가량) 가정 0~2세 자녀에게는 양육수당이 각각 지원되지 않았지만, 새 학기가 시작하는 이번 달부터는 모든 0~5세 아동에게 보육료·유아학비·양육수당이 지급된다.

0~5세 무상보육 시행으로 가장 재정에 타격을 입는 곳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자체다. 이들이 추가로 부담해야하는 예산은 5000억원으로 전체 지자체 부담증가액 1조700억원의 절반에 육박한다.

서울시의 경우 지방과 달리 부담 비율이 높고 국고 추가보전액을 제외하고도 1700억∼1800억원을 추가로 확보해야 해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다.

현행 영유아보육료 국고 보조비율은 서울의 경우 국고 20% 대 지자체 80%다. 서울 자치구들은 지자체 보조분 중 절반을 내야 한다.

서울시는 지난해와 같은 규모로 올해 보육예산 4063억원(시비 2644억+구비 1419억원)을 편성했지만, 이는 국회의결안 기준보다 4668억원 부족하다. 시는 당초 예산편성안보다 시비 3263억원, 구비 1405억원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실정이지만 현재까지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

정부는 올해 연말까지 새로 보육·양육비를 신청하는 국민이 약 187만여명에 이르고, 올해 0~5세 319만여명이 지원을 받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급대상이 급속히 늘면서 지방자치단체가 그 부담을 견딜 수 없다는 데 있다.

당장 중산층 밀집지역으로 지원대상이 많아 재정부족이 가장 심각한 서울 서초구는 가정양육 지원대상이 올해 1만5034명으로 당초 추산한 4064명에 비해 3.7배 늘어나 다음 달 중 예산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서초구는 이르면 5월부터 가정양육수당을 지급할 수 없다는 공문을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서울시 등에 3일 발송해 신속한 국비지원 요청을 촉구했다.

무상보육료와 양육수당을 감당할 수 없는 지자체는 서초구뿐만 아니다. 서울시 전체도 하반기가 되면 재정난 탓에 지급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 올해 가용재원의 44%를 보육에 투입해야 할 처지인 경기도 또한 무상보육에 필요한 예산 가운데 1272억원을 편성하지 못한 실정이다.

이처럼 서울시와 경기도를 중심으로 무상보육 중단위기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영유아보육비의 국고보조율을 서울의 경우 현행 20%에서 40%로, 지방의 경우 50%에서 70%로 각각 높이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의 국회처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달 20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국회처리가 미뤄지고 있는 것과 관련, “법안의 취지나 내용에 대체로 찬성하지만 국회 보건복지위가 법안을 심사하면서 국회법이 정한 예결특위와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는 등 절차상의 하자가 있어 이를 해결한 뒤 법안을 통과하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3일 “정부에서 시비와 구비를 합해 총 2241억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면서 “여전히 시비 1700억 상당이 부족하기 때문에 8∼9월께에는 결국 예산이 바닥나 작년처럼 카드로 막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또 “8년 전 결정된 국고보조율이 변하지 않고는 내년에도 서울시의 무상보육 예산 부족 문제는 되풀이 될 것”이라며 “국고보조율을 50%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상보육 예산으로 도비만 1000억원 가까이 추가 부담해야하는 경기도도 당초 예산도 확보하기 어려워 미편성금액이 있을 정도라며 추가 증액을 요구하는 현재 안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 한 관계자는 이날 “보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올해 1월 1일부터 소급 적용되면 지자체 부담이 1조7000억원 줄어들 것”이라며 “국비 지원 비율 확대, 나아가 전액 국비 지원만이 지자체의 재정파탄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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