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할매’들의 가슴 속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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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할매’들의 가슴 속 이야기
  • 김천규 기자
  • 승인 2020.01.29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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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시늘푸른학교, ‘할매, 시작(詩作)하다’ 詩集 발간···할매 작가들이 10여 년간 쓴 詩
할매, 시작(詩作)하다 시집 표지. 군산시
할매, 시작(詩作)하다 시집 표지. 군산시

 

‘공부한다고 하네

공부한다고 하네

나혼자 설레이고 너무 좋았네

더 많이 배울거라서

기분이 좋네’

 

할매, 시작(詩作)하다’에 시를 올린 문홍례(78)할머니 작품이다.

군산시가 문해(文解) 교육을 통해 글을 배워 쓴 작품들을 모아 시집을 만들었다.

29일 시에 따르면 군산시늘푸른학교가 문해 학습자들이 10여 년간 문해 교육을 거쳐 쓴 시를 묶어 ‘할매, 시작(詩作)하다’라는 시집을 발간한 것.

시집에는 고령 학습자들이 글을 배우기 전 가족이나 이웃에게 미처 표현하지 못한 사랑, 배우지 못해 당했던 서러움과 아픔, 글을 깨우친 후 느꼈던 주체 못할 기쁨, 행복과 보람 등 어르신들이 살아온 날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90여 편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오의순(93세) 군산시 삼학동. 사진=군산시

특히 이번 시집에는 공부를 시작한 지 5년이 지난 올해 92세인 학습자는 “경로당에서 무의미한 시간만 보내다가 한 자 한 자 글을 배우고 나니 세상이 달라 보인다”며 “남은 인생에서 희망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해 보는이들에게 진한 감동을 전했다.

또 다른 학습장에는 90세에 글공부를 시작, 올해 93세를 맞이하는 늦깎이 학생의 시도 실려 있다. 그는 “들으면서 잊어버리지만 선생님과 친구가 있다는 것에 외로움도 잠시 잊고 공부에 취해 하루하루 새로운 기쁨을 느낀다”며 “학교가 낙원”이라고 했다.

할매 작가들은 각자 다른 사정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쳤지만 문해 교육을 통해 늦은 나이에 한글을 배웠다. 젊은 시절 농사일과 바느질을 하며 가슴과 손끝으로 써 낸 이야기는 시로 새롭게 태어났다. 까막눈으로 살아온 인생이 시 한 편에 모두 담길 수는 없겠으나 글을 깨우쳐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된 학습자들은 세상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다.

차길자(76세) 군산시 소룡동. 사진=군산시

강임준(군산시장) 군산시늘푸른학교장은 “평균 연령 75세의 고령자들께서 평생을 배움에 대한 열망을 가슴에 품고 스스로 읽고 쓰지 못하는 아픈 시간을 견뎌 오셨음에도 그 한을 풀기 위해 노력하시는 어르신들의 뒤늦은 배움의 열정과 노고에 깊은 존경을 표한다”며 “교장이자 시장으로서 전력을 다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산시늘푸른학교는 지난 2008년 ‘비문해 제로(Zero) 학습도시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해 군산시 직영 체제로 바뀌면서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현재 42개소 읍면동에서 56개 과정의 문해 학습장에 30명의 교육사가 문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글을 포함해 음악, 수학, 영어, 미술 등 다양한 수업과 함께 문해 한마당 등 체험학습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문해 교육 관련 문의는 군산시청 교육지원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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