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미래'라던 원종건, 미투 폭로에 한 달만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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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미래'라던 원종건, 미투 폭로에 한 달만 하차
  • 김나현 기자
  • 승인 2020.01.28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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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돌린 20대 표심잡으려 영입했지만 되레 악재
"사랑했던 여성...함께 고통" 물타기성 발언도
야권 "영입쇼 결과" 진중권 "정치권 감성 마케팅"
미투 논란이 제기된 더불어민주당 2번째 영입인재인 원종건씨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입인재 자격을 자진 반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투 논란이 제기된 더불어민주당 2번째 영입인재인 원종건씨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입인재 자격을 자진 반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나현 조현경 기자] ‘미투 논란’이 불거진 더불어민주당 2호 영입인재 원종건 씨가 영입인재자격을 스스로 반납하고 총선에 불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해찬 대표로부터 '민주당의 미래'라는 극찬을 받으며 입당한 지 한 달 만의 하차다. 야당에서는 총선 흥행을 노린 스토리 위주 인재영입쇼가 부른 참사라고 민주당을 맹폭했지만, 민주당만이 아닌 정치권 전반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씨는 2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21대 총선 영입인재 자격을 스스로 당에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논란이 된 것만으로도 당에 누를 끼쳤다. 그 자체로 죄송하다"며 "저에게 손을 내밀어준 민주당이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다. 아무리 억울함을 토로하고 사실관계를 소명해도 지루한 진실공방 자체가 부담을 드리는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원씨는 전 여자친구의 미투 폭로 내용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전면 부인했다. 그는 "올라온 글은 사실이 아니다. 허물도 많고 실수도 있었던 청춘이지만 분별없이 살지는 않았다"며 "파렴치한 사람으로 몰려 참담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폭로자에 대해서는 "제가 한때 사랑했던 여성으로, 함께했던 과거에 대해 함께 고통받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라고 했다. 원씨의 고발도 감수하겠다며 모든 폭로가 진실이라고 강조한 전 여자친구의 말과는 다른 내용이다. 원씨는 이날 기습적으로 회견을 잡아 입장을 발표한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퇴장했다.

원씨는 민주당이 20대에서 악화된 민심을 회복하기 위해 야심차게 영입한 첫 '이남자'(20대 남자) 인재다. 앞서 지난달 말 이해찬 대표는 원씨 입당식에서 "지난번 (인재 1호인) 최혜영 교수님은 '희망'이었고, 원종건 님에게는 '미래'라는 말을 꼭 전해 드리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토록 극찬했던 인물이 불미스러운 사안으로 낙마한 만큼 민주당은 당혹스런 분위기다. 게다가 입당 초기부터 원씨를 둘러싼 불미스런 소문이 나돌았던 상황이라 검증부실 비판까지 직면한 상태.

이날 김성환 당대표 비서실장은 "원씨의 경우는 사적인 영역이라 검증하는데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 사적인 영역을 어디까지 검증할 수 있을지 보완해가겠다.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필요한 당의 조치를 할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야당의 비판은 거세기만 했다. 자유한국당은 "총선을 앞두고 능력과 도덕성, 사명감보다는 오로지 화제가 될 감성팔이 인재영입에 몰두한 결과"라고 했고, 새로운보수당도 "민주당의 감성팔이 인재영입 쇼가 결국 화를 불렀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역시 "친문 핵심인 조국부터 일회용 영입 인재까지 어찌 이리도 위선적일 수 있는가"라며 맹폭을 가했다.

하지만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총선용 인재영입쇼'가 정치권 전반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친구(원씨)가 민주당으로 가기 전에 동시에 두 군데에서 영입 제안을 받았다는 글을 SNS에 올렸다. 한 당에서 비례대표, 다른 당에서 지역구 공천을 (제안) 받았다는데 앞의 당은 민주당, 뒤의 당은 한국당으로 보인다"며 "정치를 시작하는 이 친구에게 중요한 것은 이념, 정책, 철학이 아니라 비례와 지역구 중에서 어느 것이 커리어(경력)에 좋겠냐는 것이었다. 그의 질문은 쇼핑몰에서 물건 구입할 때 고민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이어 "두 정당에서 정치 할 준비가 하나도 돼 있지 않은 인물을 과거에 TV 방송에 나와 국민의 심금을 울렸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검증 없이 경쟁적으로 영입하려 했다"며 "이 감성 마케팅은 카메라 앞에서 연출되는 허구적 이미지 속으로 '진짜 정치'를 사라지게 만든다. 인재영입이라는 판촉 이벤트가 '정치'를 증발시켜 버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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