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반려동물보험 '재물인지 사람인지' 정체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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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반려동물보험 '재물인지 사람인지' 정체성 논란
  • 전유정 기자
  • 승인 2020.01.27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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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험을 제3보험에 포함한 보험업법 개정안 발의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동물보험을 제3보험에 포함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진=연합뉴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동물보험을 제3보험에 포함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전유정 기자] 보험업계는 반려동물보험을 인(人)보험으로 분류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됨에 따라 재물로 간주되던 동물의 정체성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대표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반려동물보험을 제3보험으로 분류했다. 이는 사람의 질병과 상해 및 간병 등을 보장하는 보험이다. 개정안은 여기에 동물에 발생한 사고도 보장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먼저 제3보험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종류는 질병보험, 상해보험, 간병보험으로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

동물은 그동안 우리나라 법체계에서 '물건'으로 다뤄졌다. 민법에서는 동물의 점유자가 그 동물이 타인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면서 동물을 점유자(사람)의 관리 대상으로 보고 있다.

또 타인의 동물을 학대했을 때에 형법상 재물손괴죄를 적용했다. 동물보험법이라는 별도의 법에서 동물 학대를 처벌하는 조항이 있지만 형법의 틀에서는 동물을 재물로 간주했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보험도 재물의 손해를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손해보험으로 분류돼 손해보험사들이 관련 상품을 팔아왔다. 지금은 삭제됐지만 2003년 8월에 개정된 보험업법 시행규칙에서 손해보험업의 보험종목 중 하나로 동물보험을 명시하기도 했다.

김병욱 의원실 관계자는 “동물이 물건이라는 인식을 바꾸자는 취지에서 개정안을 발의했다”며 “사람과는 또 다른 생명을 취급한다는 의미에서 동물보험을 제3보험으로 분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취지와는 다르게 반려동물보험을 제3보험으로 분류함으로써 생명·손해보험 영역간 '밥그릇 싸움'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보험업법은 생명보험과 손해보험간 영역을 구분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못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3보험은 역사적으로 보면 생명·손해보험사 간 다툼 끝에 나온 타협의 산물이기도 하다.

손해보험사가 그동안 생명보험사가 팔던 상해·질병보험을 판매해 업무영역의 혼란이 생겨 1997년 금융개혁위원회가 상해·질병·간병보험을 생명·손해보험 모두 팔 수 있게 했다.

반려동물보험이 제3보험으로 분류되면 손해보험사 뿐 아니라, 생명보험사도 이 보험을 팔 수 있다는 의미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보험료 기준 반려동물보험의 시장 규모는 2013년 3억원에서 2018년 12억8천만원으로 5년 만에 4배로 늘어났다. 이처럼 반려동물보험은 아직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이다.

한 손해보험 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보험을 제3보험으로 분류하는 것은 우리나라 법체계나 보험 체계에 맞지 않는다”며 이번 법 개정안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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