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공세 '페이'에 카드사 위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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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공세 '페이'에 카드사 위기감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1.22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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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불거래까지 뚫린 페이시장…거래금 '연30조' 육박 예상
"핀테크가 하면 혁신, 카드사가 하면 적폐" 볼멘소리 나와
간편결제업체들이 후불결제 사업까지 넘보며 카드사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간편결제업체들이 후불결제 사업까지 넘보며 카드사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페이' 결제를 앞세운 간편결제 기업의 공세에 카드사들이 맥을 못추고 있다. 더욱이 금융당국이 이들의 후불 결제사업 허용을 검토하면서, 카드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각에선 ‘차별적 규제'에 대한 논란도 나온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하루 평균 간편결제 액수는 1628억원에 달한다. 간편결제업체에 쌓인 선불 충전금만 지난해 상반기 기준 1조5000억원이다. 웬만한 저축은행 자산 규모와 맞먹는다.

특히 올 하반기엔 이들에 대한 소액 후불 결제 허용이 예고돼있다. 카드사들에겐 청천벽력같은 소식이다. 그동안 자기자본을 200억원 이상 확보한 기업들만 후불 결제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간편결제업체들에게 이를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허용될 후불 결제금액은 월 30만~60만원 선이 될 거로 보이지만, 시장이 열린만큼 허용범위가 늘어나는 것도 시간문제다.

◆체크카드 넘어 신용카드까지?

카드업계는 결제시장에서 이미 막강한 위력을 갖게 된 이들 업체들이 후불 소액결제사업까지 손댈 경우, 수익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현재 간편결제업계의 1·2사인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의 고객 수는 약 6000만명이다. 고객 1인당 30만~60만원까지 소액결제가 허용된다면, 산술적으로 18~30조원의 후불 결제 시장이 형성된다. 후발 주자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연간 신용카드 승인금액이 630조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체크카드 기능을 앞세웠던 '페이'의 등장은 카드사들에게 일찌감치 위협의 대상이었다.

전업 카드사와 겸영은행의 분기별 체크카드 승인금액 증가율은 지난 2018년 2·4분기 이후 5분기 째 둔화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승인금액 자체는 늘고 있지만 과거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둔화세가 뚜렷하다.

2018년 2·4분기 체크카드 승인금액 증가율은 전년 동기대비 11.4%를 기록했지만 3·4분기에는 9.4%, 4·4분기에는 8.0%로 하락했다. 지난해 1·4분기와 2·4분기에는 6.4%를 기록했고, 3·4분기에는 6.0%로 떨어졌다.

체크카드 총 발급수도 감소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체크카드 발급수는 1억1119만장으로 상반기 1억1166만4000장에 비해 47만4000장(0.4%) 감소했다.

◆업계 "간편결제만 혜택은 역차별"

정부의 규제 대응도 카드사들에겐 불만거리다. 정부 혁신성장 정책에 따라 핀테크 기업에 다양한 혜택이 부여되는 반면 같은 업무를 하는 신용카드사들은 '2003년 카드사태' 후속 조치로 도입된 규제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다. '역차별'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같은 사업을 해도 핀테크가 하면 '혁신'인데, 카드사가 하면 '적폐'의 눈초리를 받는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건전성 규제도 차별적 내용이 숨어있다. 간편결제업체는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전자지급수단업 규제를 받는다. 이 법엔 건전성이나 영업행위 규제가 거의 없다. 반면 카드사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자기자본과 레버리지(대출) 비율 등 건전성 규제를 받는다. 

마케팅 규제도 간편결제업체와 카드사에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 카카오페이와 토스 등 55개 간편결제업체들은 지난해 마케팅 비용으로만 1000억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공격적인 마케팅은 고객 유입의 절대적 무기다. 반면 카드사는 온라인으로 카드 발급 시 연회비의 100% 넘는 혜택을 줄 수 없는 상황이다. 

가맹점 수수료도 차이가 존재한다.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는 정부가 소상공인 보호 목적으로 계속 낮추면서 현재 0.8~1.6%에 그치고 있는 반면, 간편결제업체는 가맹점 수수료 제한이 없다. 현재 간편결제업체 수수료는 약 2.5%에 달한다. 

◆'을' 자처한 카드사들 협업 구애 

궁지에 몰린 일부 카드사들은 스스로 '을'이 되어 '적과의 동침'도 감수하고 있다. 비대면 영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간편결제업체 등이 보유한 플랫폼과 협업을 늘리는 식으로다.

삼성카드는 지난 16일 카카오페이 앱과의 연동 서비스를 시작했다. 삼성카드 앱 ‘앱카드’에서 카카오페이로 결제를 선택하면 바로 카카오페이 앱으로 넘어가는 식이다. 신한카드는 L페이·네이버페이·스마일페이·페이코와, 현대카드는 카카오페이와 앱투앱 연동을 시작했다.

또 신한·삼성·KB국민카드 등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신용카드 상품 개발을 위한 제휴에도 나섰다.

이처럼 카드사들이 간편결제사들에게 협업을 구애하는 배경에는 '경쟁'으로 답이 나오지 않는 이상 서로의 취약점을 보완하자는 데 있다. 카드사는 오프라인 결제 비중을 높이고 있는 간편결제와의 연동을 통해 금융소비자들이 자사 앱을 활용하는 빈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간편결제사도 카드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바코드·QR결제 등이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가운데 오프라인 결제 비중을 키울수 있다.

한편 각종 페이 등 우후죽순 생겨나는 간편결제업체들을 대항해 카드사들이 공동의 간편결제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카드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여신금융협회 산하 여신금융연구소는 21일 ‘간편결제 서비스의 등장과 카드업 영향분석’이란 보고서를 내고 “여러 카드들을 탑재할 수 있는 카드사 공동의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 범용성이 부족하단 단점을 극복함과 동시에 주도권 지속을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카드고객이 상황에 따라 여러 카드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이나 생체인식 등을 활용한 공동의 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며 “온라인에선 간편결제 업체와의 제휴 확대로 신용카드 이용 비중을 증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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