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메르스 악몽, 우한폐렴 여파 소비시장 ‘아비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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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메르스 악몽, 우한폐렴 여파 소비시장 ‘아비규환’
  • 한종훈 기자
  • 승인 2020.01.22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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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여행업계, 수익성 회복 악재 전전긍긍
화장품업계, 중국 관광객 특수 기대 ‘찬물’
유통업계, 소독제 비치 등 위생 강화 총력

[매일일보 한종훈·박주선·김아라·임유정 기자] 중국발 우한폐렴이 전 세계로 확장 조짐을 보이자 관련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설 연휴를 성수기를 기대했던 항공과 여행업계는 위기감이 돌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지난 20일 첫 확진자가 나오자 유통업계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특히 면세점과 화장품 업계는 우한 폐렴으로 인해 최근 증가세에 있던 방한 중국인 방문객이 다시 줄어들 수 있다는 것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더불어 외식업계도 이번 우한폐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베이징 서역 대기실에서 마스크를 쓴 여행객들이 열차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베이징 서역 대기실에서 마스크를 쓴 여행객들이 열차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항공업계, 메르스사태 재현될까 노심초사

항공업계는 아직 초기단계라 피해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항공사들은 신규 취항을 연기하고 항공권 취소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것은 물론, 자체 방역을 강화하며 대응책 마련으로 분주한 모습이다.

현재 인천∼우한 직항 노선을 주 4회 운항 중인 대한항공은 오는 26일까지 한시적으로 항공권 환불을 요구하는 승객에게 위약금을 면제키로 했다. 오는 2월 2일까지는 예약‧여정 변경을 허용하고 재발행 수수료도 1회에 한해 면제된다.

티웨이항공은 인천~우한 노선의 신규 취항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우한폐렴과 관련한 우려가 커진데다 국내 확진자까지 발생하자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특히 이미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겪은 항공업계는 자칫 이번 우한 폐렴이 메르스 사태급으로 확산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과 보이콧 재팬 등으로 하락한 수익성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라 이번 우한 폐렴이 새로운 악재로 작용해 실적 개선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여행업계, 중국·동남아 수요 줄까 고심

여행업계도 우한폐렴 사태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중국과 동남아 여행 수요가 줄어들까 고심하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의 경우 일본 불매운동과 홍콩 시위 사태에 따른 대체 여행지로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우한폐렴 사태로 인해 주요 여행사에도 취소 문의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한의 경우 여행객이 많은 도시는 아니지만 인기 여행지인 장가계와 인접하기 때문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의 더 큰 걱정은 동남아 지역으로 확산이다. 22일 기준으로 동남아 지역에는 태국 확진자 2명과 베트남과 싱가포르에 각 1명씩 의심환자가 발생했다. 중국의 가장 큰 명절인 춘절을 앞두고 급속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춘절 기간 동남아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중국인도 많기 때문이다.

우한폐렴이 동남아 지역으로 더 크게 확장되면 업계로서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동남아는 한국인에게도 인기 여행지이기 때문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일본과 홍콩 여행 수요가 급격히 줄면서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 대해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면서 “하지만 이번 우한 폐렴이라는 또 다른 악재를 만나 고심이 크다”고 말했다.

중국 우한시의 지하철에서 대부분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중국 우한시의 지하철에서 대부분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화장품업계, 1분기 이상 매출 악영향 우려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판매 고전에 시달리던 화장품업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 예정과 중국인 단체관광객 증가 그리고 춘절까지 겹쳐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었다. 업계는 중국발 매출도 상승 곡선을 탈 것으로 확신했다.

하지만 상황은 급반전했다. 지난 20일 국내 첫 우한폐렴 확진자 발생 소식에 반짝 올랐던 화장품주는 곧바로 일제히 하락했다. 과거 사스 때처럼 1분기 이상 매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손효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우한 폐렴이 화장품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로 1개월 정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면서 “확진자 수가 멈추거나 줄어든다면 질병보다 한한령 해제 등 한중관계 회복 효과가 더 크게 작용하겠지만 반대라면 과거 사스 때처럼 1분기 이상 불황에 빠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과거 홍콩 사스 발병 때인 2003년 2분기 홍콩을 방문한 전체 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58% 감소했고, 2015년 메르스 유행 때는 6~8월 방한 중국인 관광객이 평균 50% 급감했다. 이로 인해 매출이 부진했던 로드샵은 다수 문을 닫기도 했다.

△ 유통·외식업계, 초기대응 마련 분주

유통업계도 우한폐렴 공포에 떨고 있다. 소비자들이 다중밀집지역 노출을 꺼리면서 매출 피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 업계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위생 관리를 강화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직원 안전수칙과 고객 안전수칙 등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해 대응 중이다”면서 “고객 안전수칙의 경우 고위험지역 점포 시식 금지지침 엄수, 기타 지역 신선식품 시식 금지, 고객용 손소독제, 물티슈 등은 점 입구 카트·바구니 옆에 비치하며 고객 안내, 고위험 지역 점포는 신선근무 및 계산원, 일반직, 배송매니저 전직원 의무적 위생마스크 착용 기준 준수를 기준으로 관리 중이다”고 전했다.

외식업계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이 밀집된 공간을 기피하면서 방문을 하지 않을 경우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장기화 될 경우 외식업계의 대량 휴·폐업 사태를 비켜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매장들은 평소에도 법적 기준보다 훨씬 까다로운 내부 규정에 따라 엄격하게 위생 관리하고 있다”면서 “이런 이슈가 있을 때는 직원들이 개인위생, 매장 위생을 더욱 경각심을 갖고 관리할 수 있도록 질병 본부 지침 등을 지속 교육 및 공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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