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경제 무기력·대규모 세금 투입해 성장률 2.0% 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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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경제 무기력·대규모 세금 투입해 성장률 2.0% 방어
  • 김나현 기자
  • 승인 2020.01.22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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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재정 투입에도 내수 부양 효과 없어
4분기 민간 소폭 회복세에 올 2.3% 기대감

[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금융위기 후 10년만에 최저치인 2.0%에 그쳤다. 지난해 성장률의 특징은 민간 분야가 크게 부진한 가운데 정부가 재정 지출로 민간 부진의 공백을 메웠다는 점이다.

▮정부 기여 빼면 성장률 0.5% 그쳐

기획재정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정부는 예산의 이월이나 불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추가경정예산 규모 이상에 해당하는 5조8000억원의 재정집행 제고를 통해 경기보완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자평했다. 지난해 정부 소비는 6.5% 늘어 전년도 5.6%를 넘어섰다. 이로 인해 지난해 성장률 2.0% 가운데 정부 부문 기여도는 1.5%포인트에 달했다.

반면 민간 부문 기여도는 0.5%포인트에 그쳤다. 반도체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대외여건 악화가 계속되면서 수출에서 타격을 입은 것이 큰 원인이었다. 하지만 건설투자와 설비투자 부진 등 국내 요인도 영향을 미쳤다. 설비투자의 경우 당초 한국은행은 2.6% 성장을 전망했지만 실제 결과는 -8.1%를 기록할 정도로 크게 위축됐다. 또 건설투자는 -3.3%로 줄었고, 민간 소비는 1.9% 성장에 그쳤다.

▮내수 부양으로 성장 도모한다더니

이는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토대가 된 기본논리와는 상반되는 결과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등 가계소득 재고 정책을 통해 내수가 살아나면 경제 성장 역시 따라온다는 논리 하에 포용경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469조6000억 원에 달하는 본예산과 추경 5조8000억 원 등 모두 475조5000억 원의 대규모 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민간 경기 회복의 마중물 역할은 하지 못한 채 정부 소비에 의존한 성장률 방어에 그치고 말았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에도 같은 실패를 경험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여건 개선으로 실질구매력이 좋아져 2018년 민간 소비가 2.8%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본예산 428조8339억 원과 추경 3조8000억 원을 투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 3.2%였던 성장률은 2018년 3%선이 무너지며 2.7%에 그쳤다.

▮지난해 4분기 경기 회복세 보여

정부는 올해 512조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재정의 내수 부양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만큼 역대급 초슈퍼 예산 역시 정부 소비에 의존한 성장률 제고 정도만이 기대된다. 다만 기재부는 “민간 부문 성장기여도가 2개 분기 연속 플러스를 나타냈고 민간투자 기여도가 7개 분기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 아직 만족할 순 없지만 민간 부문도 긍정적인 신호가 있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4분기 민간소비(전 분기 대비 +0.7%), 건설투자(+6.3%), 설비투자(+1.5%)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 소폭의 회복세가 예상되고 있다. 분기별 성장률 추세도 이를 뒷받침한다. 1분기 -0.4%, 2분기 1.0%, 3분기 0.4%를 기록했던 분기 성장률은 4분기 1.2%로 반등했다.

▮정부, 올 성장률 2.4% 목표

지난해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2.0% 성장률을 낙관했던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성장률이 소폭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KDI는 “올해 성장률이 워낙 낮아진 상태에서 미중 무역 분쟁이 악화되지 않는다면 세계경제 성장률은 3.0%에서 3.4%로 올라가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세계경제가 반등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우리 성장률도 2.0%에서 2.3%로 올라가는데 무리가 없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KDI보다는 올 성장률을 조금 더 높게 보고 있다. 이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해 2% 성장은 시장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지켜냈다는 의미가 있다. 2%대 성장을 통해 시장의 우려를 차단했고 경기 반등 발판 마련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경기 반등의 모멘텀 확산과 확실한 변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 반드시 금년에 2.4% 성장을 달성토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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