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완주선언' 농협중앙회장 선거 '과열ㆍ혼탁'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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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완주선언' 농협중앙회장 선거 '과열ㆍ혼탁' 우려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1.21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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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 인원 예년 2배 수준…공약 뒷전 ‘깜깜이 선거’ 양상
후보 간 합종연횡·이권 둘러싼 지역대결 구도 활개 가능성
농협중앙회장 선거 후보들. (왼쪽위부터 시계방향) 이성희 전 경기 성남 낙생농협 조합장, 강호동 경남 합천 율곡농협 조합장, 천호진 전 농협가락공판장 사업총괄본부장, 임명택 전 NH농협은행 언주로 지점장, 문병완 전남 보성농협 조합장, 김병국 전 충북 서충주농협 조합장, 유남영 전 전북 정읍 조합장, 여원구 경기 양평 양서농협 조합장, 이주선 충남 아산 송악농협 조합장, 최덕규 전 경남 합천 가양농협 조합장. 사진=각 후보
농협중앙회장 선거 후보들. (왼쪽위부터 시계방향) 이성희 전 경기 성남 낙생농협 조합장, 강호동 경남 합천 율곡농협 조합장, 천호진 전 농협가락공판장 사업총괄본부장, 임명택 전 NH농협은행 언주로 지점장, 문병완 전남 보성농협 조합장, 김병국 전 충북 서충주농협 조합장, 유남영 전 전북 정읍 조합장, 여원구 경기 양평 양서농협 조합장, 이주선 충남 아산 송악농협 조합장, 최덕규 전 경남 합천 가양농협 조합장. 사진=각 후보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앞으로 4년간 '농협'을 이끌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10명이 최종후보에 등록했다. 난립이다. 최종후보가 5명 안팎으로 추려졌던 기존 선거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후보자가 난립한 선거구도는 '과열선거', '혼탁선거'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선거 막판 후보자들간 '합종연횡' 전략이 활개할 가능성도 커졌다. '정책'이 사라진 깜깜이 선거가 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16~17일 진행한 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후보자 등록결과 10명이 등록을 마쳤다. 중앙회 안팎에선 올해 처음으로 예비 후보제도를 도입하면서 후보자가 2~3배 많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 각지의 후보들이 대거 출사표를 던지며 선거는 더욱 과열될 전망이다. 농협중앙회장은 4년 단임에 ‘비상근 명예직’이지만, ‘농민 사령관’으로 불릴 만큼 위상은 막강하다. 전국 조합원 230만명을 대표하며, 28개 계열사와 12만명의 임직원을 이끌고 계열사 대표 인사권과 예산권, 감사권 등 막강한 권한도 손에 쥘 수 있다.

◆역대 최다 후보자들 난립

현재 등록을 마친 후보들은 추첨으로 기호가 정해졌다. 등록후보(기호 순서대로)는 △강호동 경남 합천 율곡 조합장 △김병국 전 충북 서충주 조합장 △문병완 전남 보성 조합장 △여원구 경기 양평 양서조합장 △유남영 전북 정읍 조합장 △이성희 전 경기 성남 낙생 조합장 △이주선 충남 아산 송악 조합장 △임명택 전 NH농협은행 언주로 지점장 △천호진 전국농협경매발전연구회 고문 △최덕규 전 경남 합천 가야 조합장이다.

후보자들은 오는 30일까지 선거운동을 벌인다. 후보자는 전화와 문자메시지, 이메일, 명함, 선거공보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투·개표는 오는 31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실시된다. 투표는 대의원 간선제 방식으로 치러진다. 전국 조합장 1118명 중 대의원 292명이 참여하는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으면 당선된다. 1차 투표에서 당선자가 가려지지 않을 경우 상위 1, 2위 득표자의 결선 투표로 차기 농협중앙회장이 결정된다. 후보자 10명이 난립한만큼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등장할 가능성은 희박해졌고, 결선투표가 확실시된다.

후보자 선거운동은 18일부터 시작해 선거일(31일) 하루 전인 30일까지다. 후보자는 선거공보, 전화(문자메시지 포함), 정보통신망(전자우편 포함), 명함 등을 활용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후보자 소견발표 기회는 31일 한 차례만 가능하다는 점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무려 10명의 후보자가 난립한 가운데 '깜깜이 선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농협 한 조합장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후보자들이 뛰어들어 특정 지역간 합종연횡과 2차 결선투표에서 승부가 판가름 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정책선거 기대했는데...과거 답습 우려

선거운동 기간이 짧고 간선제 방식인데 후보자들은 난립했다. 후보 간 ‘합종연횡’이 활발해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농협은 농민 전체가 참여하는 직선제의 폐해를 개선하기 위해 '간선제' 선거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거꾸로 지적되는 폐해가 더 크다. 선거때마다 농업계 현장 전반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그들만의 리그’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 역시 후보의 됨됨이나 농업 현안에 대한 견해·공약은 뒷전으로 밀린 채 지역 구도에 따른 판세와 이합집산 소문만 무성하다. 예비등록 전부터 사실상 시작된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미 조짐이 나타나기도 했다. 물밑 거래와 같은 금전 선거가 재연돼 혼탁 양상이 펼쳐질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지역농협 한 조합장은 "후보의 자질이나 농업 현안과 관련한 견해와 공약은 부각되지 못하고, 지역 구도에 따른 판세와 이합집산에만 관심이 쏠리는 경향이 높다"며 "과열선거 과정에서는 인사권과 이권을 둘러싼 물밑 거래나 지역대결 구도가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농협중앙회는 선거가 과열양상을 보이자 불법 선거에 대한 경계심도 늦추지 않고 있다.  

실제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치를 때마다 논란에 휩싸였다. 농협중앙회가 2011년 처음으로 선관위에 ‘후보자등록 등의 절차와 불법행위 단속·조사 등의 사무’를 위탁하고 두 차례에 걸쳐 선거를 치렀다.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 후보 간 비방전이나 사전선거운동 등은 물론이고 선거가 끝나고 나서는 선거법 위반 논란이 반복됐다.

당장 직전 선거인 제23대 회장 선거에서도 선거 직후 선관위가 당선자인 김병원 전 회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김 전 회장은 사실상 4년 임기 내내 선거법 위반에 따른 당선무효 가능성을 안고 업무를 수행해야만 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14일에도, 공명선거를 실천하자는 취지의 결의대회를 가졌다. 임직원의 부당한 선거 개입과 불법선거운동을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허식 농협중앙회 부회장은 "위반행위 적발 시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일벌백계하고 수사기관에 고발과 수사의뢰를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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