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노총 선거종료에 기업은행장 출근길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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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총 선거종료에 기업은행장 출근길 열리나
  • 박수진 기자
  • 승인 2020.01.21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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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전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피켓을 든 노조원들이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출근을 저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6일 오전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피켓을 든 노조원들이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출근을 저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낙하산 인사’를 두고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과 노동조합의 신경전이 장기화 되고 있는 가운데 오늘 열린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의 향후 행보가 이들 갈등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김동명 27대 한국노총 신임 위원장 당선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위원장 후보시절 기업은행 노조 측이 윤 행장의 출근저지 요청에 동참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첫 일정으로 오는 22일 기업은행 출근 저지 투쟁에 참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에 ‘제1노총’ 자리를 내준 한국노총이 투쟁 의지를 높일 경우 기업은행 내부 갈등은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노총이 강경 노조를 원하는 조합원들의 요구를 앞세워 강하게 나설 경우 윤 행장과 노조 갈등은 설 연휴를 넘어 총선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국노총이 교섭력을 발휘해 청와대와 여당의 사과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양측의 신경전이 장기화 될 경우 결국 피해는 기업은행 직원들과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기 때문이다.

현재 윤 행장은 지난 3일 공식 임명된 이후 이날(21일) 기준 19일째 본점 집무실에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의 청와대 낙하산 인사 반발로 기업은행 을지로 본점 대신 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에서 출근하며 업무를 보고 있다. 윤 행장의 이 같은 출근 실패는 2013년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임명될 때의 14일을 넘어서는 것으로 금융권을 통틀어 최장 기간 갈등이다.

윤 행장은 취임 이후 직접 몇 차례에 걸쳐 노조에 대화를 제안했지만 노조 측은 “윤 행장과 대화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금융노조가 2017년 더불어민주당과 ‘효율적인 금융관리·감독체계를 구축하고 금융당국의 정책결정시스템에 공정성을 확보한다’,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고 전문성을 가진 인사가 임명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보완한다’ 등이 담긴 ‘2017년 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금융노조 정책협약서’를 체결했지만, 윤 행장의 취임으로 해당 정책협약이 사실상 파기됐다.

국책은행 성격을 가진 기업은행은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통해 은행장을 선출하는 일반 시중은행과 달리 금융위원회가 직접 신임 은행장을 임명 제청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작 해당 은행에서는 차기 은행장과 관련해 어떤 사전 검증도 하지 못한 채 맞이하게 된다. 이른바 ‘깜깜이’ 임명 절차가 진행되는 것이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인사권은 정부에 있다”며 “(노조도) 그냥 내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토하는 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히면서 노조 반발은 극에 달한 상태다. 

이에 노조 측은 2013년 민주당이 당시 기업은행장 후보에 올랐던 허경욱 전 기획재정부 차관에 대해 낙하산 인사와 관치라는 이유로 반대해 낙마시켰던 사례를 소환해 “그때나 지금이나 국책은행장 임면권에 대한 법은 그대로인데, 상황 논리로 자기모순을 덮으려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이날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실시한 한국노총 제27대 위원장 및 사무총장 선거에서 김동명 위원장·이동호 사무총장 조가 새로운 지도부로 뽑혔다. 김 위원장의 임기는 3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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