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최대어' 푸르덴셜생명...'금융지주 vs 사모펀드' 각축
상태바
보험사 '최대어' 푸르덴셜생명...'금융지주 vs 사모펀드' 각축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1.20 16: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곳 참여한 예비입찰 'KB금융 vs MBK' 2파전 구도
인수가액 2조 추정…우리금융 본입찰 참여 가능성도
푸르덴셜생명이 예비입찰을 시작으로 새 주인 찾기에 본격 나섰다. 사진은 푸르덴셜생명 본사 사옥. 사진=푸르덴셜생명
푸르덴셜생명이 예비입찰을 시작으로 새 주인 찾기에 본격 나섰다. 사진은 푸르덴셜생명 본사 사옥. 사진=푸르덴셜생명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보험사 매물 '최대어'로 꼽히는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이 본격화됐다. 당초 비은행 부문을 보강하기 위한 금융지주사들의 격돌이 예고됐다. 하지만 예비입찰 결과 KB금융지주와 사모펀드간 경쟁으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유력 인수후보사 중 하나인 우리금융지주도 대형 사모펀드와 손 잡고 본입찰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푸르덴셜생명 매각 절차가 가시화되고 있다. 푸르덴셜생명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지난 16일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염두하고 있는 곳들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받는 예비입찰을 실시했다. 예비입찰에 참여한 곳은 KB금융지주, 대만의 푸본생명, MBK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 한앤컴퍼니 등 5곳으로 알려졌다. 

◆제2의 오렌지라이프 잡는다 

푸르덴셜생명은 복수의 보험사 매물 중에서도 단연 알짜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의 지난해 상반기 RBC비율은 505.13%로 업계 1위다. 지난해 상반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050억원, 총자산이익률(ROA)은 1.07%로 각각 업계 5위, 2위를 기록했다. 푸르덴셜생명이 자산규모 기준 업계 11위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성과라는 평가다. 

현재까지 구도는 KB금융지주와 MBK파트너스 간의 대결이다. 앞서 푸르덴셜생명의 매각설이 나돌기 시작했을 때 유력 인수후보사로 거론되던 곳은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였다. 두 회사는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보험사 인수의지를 꾸준히 내비쳐왔다. 하지만 우리금융지주가 이번 인수전에서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현재로선 자본력이 우세한 KB금융지주와 MBK파트너스의 2파전 구도다.

우선 KB금융지주는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성공할 경우 리딩뱅크 자리에 한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다. KB금융지주는 2018년 신한금융지주에게 리딩뱅크 자리를 내 준 바 있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지난해 3분기 자산 총계는 각각 545조원, 506조원으로 근소한 격차만 있을 뿐이다. 

KB금융지주는 KB생명을 자회사로 두며 보험업을 영위 중이지만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아 생보사 강화 등 비은행부문 포트폴리오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역시 올해 신년사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차원으로 다양한 인수합병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MBK파트너스도 지난 2013년 오렌지라이프(당시 ING생명)의 지분 100%를 1조8000억원에 인수한 경험이 있어 유력 인수후보 중 하나다. MBK파트너스가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후 거둬들인 수익은 4조원에 달한다. MBK파트너스는 2018년 신한금융지주에 2조3000억원에 매각해 막대한 차익을 얻었으며, 배당금으로 거둬들인 금액도 6000억원 이상이다.  

당시 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하며 리딩뱅크 자리를 KB금융지주로부터 뺏을 수 있었다. 당시 KB금융지주도 경쟁에 나섰으나 고배를 마셨었다. 시장에선 리딩뱅크 자리 탈환을 위해서라도 KB금융지주가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고 있다. 알짜 매물로 거론되며 업계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보험사 매물이 시장에 자주 나오지도 않아서다.

예상 매각가도 비슷한 수준이다. 푸르덴셜생명의 매각가는 2조원 안팎으로 거론되고 있다.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금액은 2조3000억원이다. 

◆우리금융 사모펀드 손 잡을수도

변수는 있다. 우리금융지주가 단독입찰에 나서지 않았지만 대형 사모펀드(PEF)들과 손잡고 나설 가능성이 여전해서다. 

다만 우리금융이 단독 입찰에 나서지 않은 건 자본규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우리금융의 지난해 9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1.44%로 14~15% 수준인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낮다. 푸르덴셜생명의 인수가액이 약 2조원대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낮은 BIS 비율 때문에 채권발행 등을 통한 거액의 인수자금 조성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을 앞세워 사모펀드와 손을 잡을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같은 전략은 우리은행의 지난 M&A 행보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롯데카드 인수전때도 초기에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다가 본입찰 때 MBK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최종 인수자가 됐다. MBK-우리은행 컨소시엄은 롯데카드 지분 79.83%를 1조3810억원에 사들였다.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 참여한 사모펀드들이 우리금융과 긴밀한 관계라는 점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우리금융은 은행을 통해 MBK와 손잡고 롯데카드 인수전에 나섰고, IMM PE는 현재 우리은행 지분 5.96%를 보유한 과점 주주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말 지주 회장과 은행장 겸직 체제를 분리키로 하면서 적극적인 M&A 추진 의사를 밝혀 왔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의지도 확고하다. 손 회장은 자산신탁사, 증권사 인수에 방점을 두되 중장기적으로는 보험사 인수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3일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취재진에게 푸르덴셜생명 M&A 참여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손 회장이 지난 1년 간의 짧은 시간에 자산운용사 2곳과 부동산신탁사 인수, 우리카드 자회사 편입 등의 성과를 냈다”면서 “증권사나 보험사 등 지주사 체제를 탄탄하게 만들어 줄 자회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KB금융이 얼마의 가격을 써내느냐가 이번 인수전의 관건이라는 분석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푸르덴셜생명이 워낙 알짜매물로 꼽히다보니 인수 경쟁이 치열하겠지만 보험 업황이 어두운 실정인 만큼, 매각가를 속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KB금융이 제시할 인수가액을 기준으로 참여자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의 유효한 경쟁구도가 성립할 지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