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호재’ 따라가는게 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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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호재’ 따라가는게 능사 아니다
  • 전기룡 기자
  • 승인 2020.01.2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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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구 ‘디큐브시티’, GTX B 개통 시점엔 준공 20년차 구축
‘호반베르디움더센트럴’, 호가 뛰었지만 10년 후 장담 못해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노선도.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노선도.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매일일보 전기룡 기자] 개발호재는 집값을 끌어올린다. 새로운 교통망이나 생활편의시설이 들어선다는 소식과 함께 그 지역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집값)가 일제히 상승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여기에 외부에서의 수요가 늘어나면 호가 상승세는 예상보다 오래 지속된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개발호재만을 보고 집을 사면 안된다고 조언한다. 특히 개발호재가 청사진에 머물러 있을 때는 보다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개발호재의 직접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시점이 왔을 때 섣불리 산 아파트가 구축 중의 구축으로 남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0일 한국감정원의 주간아파트동향에 따르면 서울 구로구 매매가격지수는 7월 마지막 주(105.2) 이후 계속해서 반등하면서 1월 둘째 주 기준으로 107을 기록했다. 수도권광역급행열차(GTX) B노선이 신도림역을 통과할 예정인 데다, 서울시의 구로차량기지가 광명으로 이전한다는 소식에 집값 상승세가 지속된 것이다.

그 결과 GTX B노선의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신도림동 등에서는 최고가 경신이 잇따르고 있다. 일례로 신도림역과 연결돼 있는 ‘디큐브시티’ 전용면적 84㎡형은 지난달 20일 12억원(45층)에 거래됐다. 이 주택형의 직전 최고가는 같은 달 12일에 거래된 11억3000만원(32층)이다.

문제는 GTX B노선의 완공 예정 시기가 2028년이어서 8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다는 데 있다. 혹여 공사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10년 이상 소요된다. 앞서 언급한 ‘디큐브시티’가 준공 20년차의 구축 아파트로 변모한다는 얘기다. 현재 ‘디큐브시티’와 더불어 최고가를 경신한 ‘신도림우성5차’(1994년 준공)과 ‘신도림롯데아파트’(1999년 준공)은 개통 시점에 준공 30년차 아파트에 머무를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수원 호매실지구에서도 나타난다. 호매실지구가 위치한 수원 권선구는 1월 둘째 주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이 0.41%에 달했다. 전주 대비 0.31%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지하철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구간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통과되면서 집값 상승세가 시작된 것으로 분석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원 호매실지구 대장 아파트인 ‘호반베르디움더센트럴’은 한달 사이에 호가가 많게는 5억원 가까이 뛰었다. 이 단지 전용면적 84㎡형(14층)은 지난달만 하더라도 5억원대에 거래됐다. 현재는 동과 층에 따라 적게는 6억원 중반대, 많게는 10억원까지 호가가 형성된 상태다.

다만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구간은 착공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다. 완공까지는 10년 가까이 소요된다. 현재 준공 3년차의 ‘호반베르디움더센트럴’은 준공 15년차의 구축 아파트가 된다. 집값 상승 여력이 당초보다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하철 같은 경우에는 보통 10년 이상의 공사기간이 소요된다”며 “지하철 호재로 초기에는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지겠지만 개통 시 구축이 되어버려 집값이 기대보다 낮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반적으로 개발 호재 초기 당시의 고점 수준까지 회복하는데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10년이라는 게 짧은 시간은 아니다 보니 기회비용을 따져보면 오히려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담당업무 : 건설 및 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노력의 왕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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